시중 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에 사용되는 가상계좌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가상통화 취급업자 관련 은행 계좌 수 및 예치금액' 자료를 보면 지난달 12일을 기준으로 은행의 암호화폐 가상계좌 잔액은 2조670억원으로 앞선 해 322억보다 무려 64배나 증가했다. 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발급해주고 예금 유치 및 수수료로 수십억의 수입을 벌어들인 것.
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의 잔액이 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다. 농협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발급한 가상계좌 잔액이 7,865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좌 발급 수는 단 2개였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이 농협을 주거래 은행으로 삼아왔다. 이들 국내 상위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액수가 워낙 크다 보니 가장 많은 잔액를 보유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암호화폐 가상계좌 잔액 기준 2위는 4,920억으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차지했다. 계좌 발급 수는 30개에 달한다. 기업은행은 최근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로 부상한 업비트의 주거래 은행이라는 점이 잔액 급증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시중은행 가운데서는 국민은행이 3,879억으로 가장 많은 잔액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빗썸과 계약을 맺고 있었지만 작년 7월 개인정보유출 사고가 터진 후 가상계좌 계약을 해지했다.
뒤어어 신한은행 2,909억원, 우리은행 642억원, 산업은행 45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지난달 28일 정부가 발표한 암호화폐 투기근절을 위한 추가 대책에 따라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차단했다. 기존 거래자들은 정부 가이드에 따라 거래소·투자자 간 동일은행 계좌로 전환될 예정이다.
박용진 의원은 "암호화폐의 투기과열, 불법자금거래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은행들이 이에 편승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은 사실상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과 다름없다"며 "은행 자체적인 보호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요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