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수장이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선 일부 중앙은행들에 자제를 촉구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합동 연차총회에서 "중앙은행들은 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금리인상을 통해 통화 약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총재는 자국 통화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중앙은행 준비금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펀더멘털 불일치로 인한 통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준비금을 포기하면, 향후 약세 포지션 밖에는 얻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발언은 미국 연준의 통화긴축 정책과 달러 강세에 각국 통화 가치와 물가가 큰 타격을 입는 가운데 나왔다. 일부 중앙은행들은 시장에 직접 개입하며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다.
경기침체 위기에 놓인 영국은 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말 리즈 트러스 내각이 430억 파운드(한화 약 70조원)의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국채 금리 급등, 파운드 가치 급락 등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이에 영란은행은 이달 14일까지 650억 파운드(한화 약 100조원) 상당의 긴급 국채 매입 프로그램에 착수해 채권시장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영란은행이 이같은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금융시장은 다시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5%에 가까워지고 있고,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는 1.11수준까지 주저앉았다.
일본 달러-엔 환율은 12일 장중 146.12달러를 기록했다.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 146엔을 돌파했다. 지난달 22일 엔화 환율이 145엔대 후반까지 상승하자 20여 년만에 시장에 개입해 환율 방어에 성공했지만 한 달이 채 안 돼 다시 최고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사진=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모습 / 출처 페이스북
◇게오르기에바 "이길 수 없는 싸움...연준 금리인상 따라야"
IMF 총재는 각국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미 연준의 금리인상 경로를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높은 금리는 보통 해외 투자자에 대한 국채 매력을 높이고 결국 환율 강세로 이어진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일부 국가들이 연준의 금리인상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금리인상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평가하고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인상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는 여러 신흥 시장들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8.8%의 물가상승률을 기록 중인 멕시코는 지난달 8.5-9.25%로 11번째 금리인상을 실시했고, 미국 달러 대비 멕시칸페소(MXN)는 다른 신흥국 통화 대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콜롬비아 통화는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낮은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후 하락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도 고물가 상황과 원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예정했던 베이비스텝(0.25%p 금리인상)이 아닌 빅스텝(0.5%p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한편, 지난주 IMF 총재는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후 재해 피해로 세계 경제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면서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2.9%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예측 가능했던 세계 경제는 더 큰 불확실성, 더 큰 경제적 변동성, 지정학적 대립, 더 빈번하고 파괴적인 자연 재해를 겪는 취약한 세계로 근본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매우 부정적인 경기 전망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