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거시경제 상황 속에 암호화폐 스타트업이 몸살을 앓고 있다. 리서치 기업 피치북(PitchBook)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암호화폐 벤처 투자 규모는 1년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세계 벤처 투자 기업이 암호화폐 스타트업에 투입한 자금은 44억4000만 달러(한화 약 6조3420억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 감소했다. 88억3000만 달러(한화 약 12조원)를 모금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절반이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는 경기 부양을 위한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암호화폐 시장은 큰 상승 흐름을 탔다. 시가총액 1위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최고점인 6만7000달러까지 급등했다.
대형 벤처 투자사들까지 암호화폐 투자 자금을 늘리고 인기 스타트업을 앞다퉈 지원했다. 로버트 르는 “작년에는 아직 활용 사례가 없는 기업들조차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유례없는 수준까지 폭등하면서 전 세계 통화 당국은 유동성을 흡수하는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암호화폐와 주식시장 모두 폭락했고 비트코인은 2만 달러를 밑도는 수준까지 밀려났다.
암호화폐 벤처투자 감소에 대해 피치북 소속 애널리스트 로버트 르는 "전반적인 기술 투자 감소세가 반영된 후퇴"라고 진단했지만, 암호화폐 업계는 위험 자산이라는 특성과 큰 변동성 때문에 다른 기술 부문에 비해서도 더 큰 투자 위축을 경험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는 "암호화폐 시장이 겨울 한 가운데 와있기 때문에 투자 관심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기업 평가 가치가 낮아졌고 투자 라운드가 마무리되는 속도가 이전만큼 빠르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예외 사례도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콰드라타(Quadrata);는 지난 7월 750만 달러(한화 약 100억원)를 조달했다. 블록체인 게임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는 대체불가토큰(NFT)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공동 창립자 겸 대표인 리사 프리드먼은 "드래곤플라이 같은 암호화폐 전문 투자사뿐 아니라 플랭클린템플턴 같은 전통 투자사까지 투자 참여했다"면서 "여전히 블록체인 잠재력에 대한 많은 지원이 있다"고 말했다.
명확한 웹3 활용 사례를 가진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투자 관심이 특히 두드러진다. NFT 게임 기업 '임프로바블(Improbable)'과 '루트모굴(LootMogul)'은 지난달 각각 1억 달러(한화 약 1426억원) 이상을 모금했다.
NFT·게임 전문 벤처투자사 '스페르미온(Sfermion)'의 매니징 총괄 앤드류 스타인올드는 "암호화폐 겨울 이전과 동일한 규모의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전처럼 눈에 띄는 활동은 아니지만 여전히 메타버스 맥락에서의 NFT 잠재 가치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