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암호화폐 업계 대형 투자사인 '애니모카브랜드'에 투자했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테마섹이 애니모카브랜드가 진행한 1억 달러 규모(한화 약 1350억원)의 투자 라운드를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는 "테마섹의 투자는 전환사채를 통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애니모카는 지난 1월 조지 소로스, 윙클보스 형제 등 대형 투자자로부터 3억59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올 여름에도 같은 라운드에서 7500만 달러를 추가 모금한 바 있다. 현재 기업가치는 60억 달러에 달한다.
테마섹은 싱가포르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국영 투자회사다. 올해 3월 기준 포트폴리오 순가치가 4030억 달러에 이른다.
테마섹은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진 않지만, 관련 서비스 제공업체를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암호화폐 부문 투자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1월 암호화폐 거래소 FTX.US가 진행한 4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에 참여했고, 2월에는 유동성 제공업체 앰버그룹의 2억 달러 투자 라운드를 주도하며 힘을 보탰다. 해당 투자로 앰버그룹 기업가치는 30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애니모카브랜드는 작은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에서 시작한 아시아 최대 블록체인 투자사다. 지난 5년 동안 금융, 게임,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부문 기업 340개에 투자하며 방대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메타버스 기업 더샌드박스, 대체불가토큰(NFT) 최대 마켓인 오픈씨, NBA탑샷 개발사 대퍼랩스 등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얏 시우 애니모카 회장은 기업 비전이 "블록체인 위에 웹3 생태계를 조성하고, 메타플랫폼(전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의 인터넷 독점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해 11월부터 2조 달러가 빠져나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자 활동도 크게 위축된 상태다.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암호화폐 스타트업 투자는 전기 대비 26% 감소했고, 현재는 더욱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애니모카도 지난 7월 시장이 KKR 등 예비 투자사가 철수하는 등 부침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얏 시우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애니모카는 침체기를 기회로 삼아 업계 플레이어 지분과 토큰을 매입하고자 한다"며 강력한 투자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애니모카는 2~3년 내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테마섹의 투자는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도 대형 투자기관이 유망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낙관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아직까지 양측은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