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위기를 겪고 있다. 클레이튼 기반 프로젝트들의 청산과 횡령 이슈에 더해 굵직한 프로젝트나 협력사도 '탈(脫) 클레이튼'을 선택하고 있다. 카카오의 후광효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자체의 신뢰성과 성능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 청산, 사기... 투자자 불안 부추기는 프로젝트들
27일 업계에 따르면 클레이튼 기반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대체불가토큰(NFT) 프로젝트들이 연달아 사업을 종료하고 있다.
클레이튼의 디파이 프로젝트 네버랜드는 이달 8일 프로젝트 종료 방향을 정하는 청산 투표를 진행했다. 해당 투표는 97.41%의 찬성표를 받았고, 네버랜드는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네버랜드뿐이 아니다. 클레이튼 생태계에서 두달 동안 청산됐거나 청산절차에 돌입한 디파이·NFT 프로젝트는 ▲레아 다오 ▲팝콘 머니 ▲플렉스 프로토콜 ▲플로라 파이낸스 ▲이그나이트 ▲크로노스 다오 ▲호들러스다오 ▲클레이레코드온 ▲케플러 ▲배드베이비 ▲마이팻바비즈 등 10곳이 넘는다.
암호화폐 정보공시 플랫폼 쟁글은 "7월 13일 마지막 클레이튼 디파이 2.0 네버랜드가 청산을 결정했다"며 "두달 동안 약 10개 정도의 디파이 및 NFT 프로젝트들이 청산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프로젝트에선 횡령 및 러그풀(Rug Pull, 개발자가 투자금을 받고 잠적하는 일) 의혹이 불거졌다.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프로젝트 크로노스다오에선 운영진이 77억원 규모의 예치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크로노스다오에 예치돼 있던 스테이블코인 다이(DAI) 600만 개가 별도의 안내 없이 자체 토큰 카이로스캐시(KASH)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크로노스다오 운영진은 AMA(Ask Me Anything)에서 "자금 활용에 대한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오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운영진은 600만 다이 중 절반은 테라 사태로 손실이 발생했고, 100만 다이는 팀 운영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운영진을 상대로 횡령 의혹에 대해 민·형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독도를 컨셉으로 해 주목을 받았던 NFT 프로젝트 '더 솔져스'에서도 러그풀(Rug pull) 의혹이 제기됐다. 이달 11일 한 프로젝트 소속 직원이 커뮤니티 채팅방에 "5월 말부터 회사에 안동연 대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폭로한 것.
해당 직원은 "안 대표는 5월 말부터 회사를 버리고 나타나지 않고 있고, 모든 자본은 본인이 직접 관리하고 있어 코인과 현금이 남았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안 대표는 "루나 사태 이후 자본잠식이 있었다"면서도 "경영악화와 개인 사정으로 물의를 일으켰으나 무작정 러그풀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 '클레이튼 벗어나자', 프로젝트의 탈(脫) 클레이튼 가속화
클레이튼 생태계가 흔들리면서 굵직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클레이튼을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대표 NFT 프로젝트 '메타콩즈'는 홀더들의 투표를 거쳐 메인넷을 클레이튼에서 이더리움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메타콩즈코인(MKC)도 이더리움 기반으로 바꿀 예정이다. 카드 형식의 NFT를 발행하는 플레이투언(P2E) 프로젝트 '실타래'도 4월 메인넷을 이더리움으로 옮겼다.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생태계를 구축해왔던 위메이드는 자체 메인넷 출시 후 테스트넷을 운영중이다. 올해 초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초창기와 달리 인력 규모가 커진 만큼 올해 안에 새로운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에서 (위믹스 플랫폼이) 돌아가게 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메인넷의 정식 출시일은 8월 1일로 예정돼있다.
최화인 뮤온오프 대표는 "사업자 입장에서 메인넷을 이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그럼에도 메인넷 이전을 결정했다는 것은 운영진이 느끼는 위기감이 훨씬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클레이튼이 성장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프로젝트들이 생태계를 떠나는 것으로 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클레이튼 블록체인의 노드를 운영하는 거버넌스 카운슬(Governance Council. GC)에서도 이탈자가 나오고 있다. 6월 30일 클레이튼은 공식 SNS를 통해 "6월 30일 9시부로 신한은행은 더 이상 클레이튼 GC의 멤버가 아니"라고 공지했다.
신한은행 외에도 LG유플러스, 크래프톤, 후오비가 클레이튼 GC를 탈퇴한 상태다.
클레이튼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월드페이와 아모레퍼시픽도 이달 말까지 클레이튼 GC를 탈퇴한다. 이들을 제외하면 현재 클레이튼의 GC는 32곳이다.
클레이튼은 "거버넌스의 탈중앙화 및 실질적인 거버넌스 참여를 위해 GC 멤버 개편을 진행 중이다"라며 GC 이탈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노드 운영이 제한되거나 기여도가 낮은 GC들을 올해 10월까지 순차적으로 제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클레이튼은 텔레그램을 통해 7월 중으로 5개 이상의 신규 멤버를 발표하겠다고 공지했다. 이후 NFT뱅크와 점프크립토가 추가로 GC에 합류했으나 나머지 3개사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 한국은행 CBDC 진행하는 클레이튼... 사업 안정성 우려도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행 CBDC 플랫폼은 클레이튼 기반으로 구축됐다.
현재 한국은행은 2단계 모의실험을 종료하고 시중은행들과 3단계 테스트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이 테스트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선 CBDC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클레이튼 네트워크가 40시간 가까이 셧다운(블록생성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클레이튼은 메인넷으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카카오라는 뒷배로 생태계가 유지돼왔지만 속도나 확장성, 안정성 등에선 리스크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18년 당시 KT 아현지사에서 화재가 났을 때 카드 결제가 모두 중단되면서 한바탕 난리가 나지 않았나"며 "하물며 CBDC는 국가 결제 도구인데, 노드가 10분만 멈춰도 국가 위기상황에 처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