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 SEC가 리플랩스와 그 대표들인 크리스 라슨 및 브래드 갈링하우스(리플랩스, 라슨과 갈링하우스를 포함하여 ‘피고(들)’)를 고소하여, 블록체인계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계를 놀라게 한 지 1년이 넘었다. 1년 넘게 아직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이 상황에서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 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Ⅰ 그 시작은?
SEC의 고소장에 따르면 피고들은 ‘미등록 증권’을 발행하고 XRP라는 디지털 자산 증권을 최소 13억 8천만 달러의 대가에 매각했다고 주장한다. SEC의 첫번째 주장은 피고들이 자신과 구매자 XRP의 미등록 제안과 판매에 대한 ‘투자 계약’을 형성했기 때문에 1933년 증권법 제5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두 번째 주장은 피고 라슨과 갈링하우스가 피고 리플랩스의 위반을 방조했다는 주장이다.
⊙ 리플랩스의 입장 이러한 SEC의 주장에 대해 리플랩스는 아래와 같이 대응한다. 역순으로 리플은, SEC의 두번째 주장은 ‘방조’를 적절하게 주장·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각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먼저 하고 있다. 요지는 갈링하우스와 라슨이 XRP가 ‘투자 계약’이라는 것을 무모하게 무시했고, 피고들이 XRP를 판매하는 데 있어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 자체 및 그 입증 또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리플랩스는 SEC의 첫번째 주장과 관련하여, 대법원과 항소 법원의 선례에 따라, SEC가 갈링하우스와 라슨의 XRP 판매 및 제공 중 어떤 것도 증권법의 영역 범위에 해당한다고 주장·입증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피고들은 두 가지 주장은 모두 기각되어야 하며, 이로써 리플에 대한 소송은 종결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 SEC의 입장 미등록 증권 판매는 의도를 증명할 필요가 없고, 방조 책임에는 인식과 중과실을 필요로 하는 바, 피고들에게 위 사실이 전부 인정되므로 방조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2). 즉, XRP가 다른 사람들의 노력에 의한 이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가지고 일반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행위를 필요로 하는 ‘투자 계약’에 해당하고, 피고들은 방조책임도 인정된다는 것이 SEC의 주장이다. 아래에서는 구체적인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다투어진 쟁점들을 열거하고 이를 정리한다.
Ⅱ 리플랩스와 SEC 공방의 진행
리플랩스는, XRP가 국제 및 국내간 거래에 사용되는 가상화폐이며 교환 매체(medium of exchange)로 기능하고, 1933년 미국 증권법 제5조의 투자계약 및 증권이 아니므로 SEC가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항변한다. 그 이유로 2015년 및 2020년,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이하 DOJ)와 재무부의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이 “XRP가 시장에서 합법적인 가상화폐로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한 점을 들었는데, 당시 SEC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한 바 없으며 이러한 판단은 XRP가 리플사의 이익에 대한 지분(not a share in Ripple’s profit)이 아닌 가치 저장, 교환 매체 및 계정 단위(unit of account)로 기능한다는 경제적 현실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영국, 일본 및 싱가포르의 규제기관도 XRP가 증권이 아닌 가상화폐라고 결론지었으며, 특히 영국 재무부는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XRP와 같이 ‘널리 알려진 암호화 자산’은 증권이 아니라 ‘주로 교환 수단으로 사용되는 교환 토큰’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i) XRP 원장은 완전히 오픈소스이고 분산되어 있고, 2013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14억 건 이상의 거래를 하는 등 엄청난 규모로 운영되고 있으며, (ii) XRP 가격은 리플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SEC가 공개적으로 투자계약이 아니라고 언급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시장 가격과 관련하여 가격을 결정되어 왔다는 점을 간과하였으며 SEC의 과도한 주장으로 인해 리플사뿐 아니라 XRP를 이용해 온 수백만 명의 비당사자들에게도 해를 끼쳤기 때문에 법원은 조속한 시기에 리플사의 XRP판매가 미국 증권법상의 투자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엑스퍼트 디스커버리가 진행되는 등 전문가들 간의 의견이 교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Ⅲ FAIR NOTICE에 대한 항변
1 SEC v. 리플 : FAIR NOTICE에 대한 변론, 중요한 이유는?
이번 소송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지만, 몇 가지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SEC와 리플은 디스커버리(‘증거 개시’)의 범위와 프리빌리지 문제를 놓고 다투어 왔는데, 이는 모든 소송에서 다투어지는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둘 사이에서의 ‘FAIR NOTICE’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SEC는 ‘FAIR NOTICE 부존재’ 모션에 대한 최종 반박서면을 제출하였다. 그리고 이 ‘FAIR NOTICE에 대한 변론’은 리플이 XRP 증권불법판매 여부에 대해 SEC로부터 합리적으로 공정한 통지를 받았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피고들은 ‘적극적 공정한 통지’가 없다는 모션을 제기한 바 있다.
SEC의 입장은 피고들에게 유리한 Upton Case가 본 사건에 적용되지 않으므로, 리플이 공정한 통지에 대한 변론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SEC는 이 사건을 관련 사건인 Upton 사건과 구별시키면서 이번 사건에는 ‘FAIR NOTICE’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리플이 제5조 위반의 경우(a Section 5 violation case)에 대한 공정한 통지 변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2 ‘FAIR NOTICE’ 부존재 신청, 그 결과는?
2022년 3월 11일, 뉴욕 주 남부 지방법원 판사 아날리사 토레스는 본 사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률 판단을 내놓았다. 하나는 리플의 ‘FAIR NOTICE’ 항변에 대한 SEC의 반박 신청을 최종적으로 기각한 것이다.
⊙ 공정한 고지에 대한 적극적 변론
첫째, 법원은 “적법 절차 권리에 위배되는 행위로 FAIR NOTICE가 부족하다”는 리플의 적극적 항변에 대해 다루었다. 리플은 SEC가 XRP를 증권으로 분류할지에 대한 명확성을 제공하지 못했고, XRP 미등록 판매를 이유로 리플을 불공정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위 적극적 항변에 대한 SEC의 반박 신청을 기각했다. 또, 법원은 “리플이 ‘투자 계약’이라는 용어가 XRP의 유통을 포괄한다는 공정한 고지를 했는지에 대한 법적 의문이 있고, 법원은 이러한 질문들을 좀 더 깊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피고들의 적극적 항변이 이번 결정으로 바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다시 적극적 항변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불명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위 신청에 대한 리플의 승리는 매우 중요하다5). 이번 ‘FAIR NOTICE’에 대한 신청은 디지털자산 발행자에 대한 증권 집행 조치가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에 상당한 파급(ripple) 효과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Ⅳ 심의과정특권(DPP)와 힌먼 연설(2018년)
이번 소송에 대해 이해하려면 뉴욕 주 새라 넷번 판사가 결정한 심의과정특권에 대해서도 알고 가야 한다. 그리고, SEC에서 기업금융국장을 담당했던 힌먼의 연설의 어떻게 이번 프리빌리지 결정과 관련이 있는지도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서 심의과정특권이란, 정부 행정기관이 내부 프로세스 관련 내용을 민사소송 등에서 비공개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우선, 이번 심의과정특권이 이번 소송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시간 순서대로 흐름을 파악해보자.
1. 2022년 1월 : 새라 넷번 판사는 “SEC가 심의과정특권에 의해 보호된다고 주장한 특정 문서를 제출하라”는 리플과 개별 피고들의 요청을 “일부 승인하고 부분적으로 거부했다”고 말했다.
2. 2022년 1월 : SEC는 원고가 새라 넷번 판사가 지시한 DPP 판결에 대한 부분적 항고 신청을 준비하는 가운데, 알리사 토레스 판사에게 2022년 2월 17일까지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SEC가 넘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63개의 힌먼 연설 이메일과 로즈먼과의 만남에 관한 Estabrook 메모가 본 결정으로 인해 제출될 수 있는데 위 자료로 인하여 본 사건이 리플의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연설문 관련 이메일이 63건뿐만 아니라, 그가 이더리움(Ether)와 비트코인(BTC)을 비증권으로 간주한 전 SEC 기업금융국장의 2018년 기조연설 초안이 52건이나 있다는 점이다.
한편 로즈만은 갈링하우스에게 XRP가 증권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준 듯하다. 추가로, Estabrook 메모가 갈링하우스의 증언을 뒷받침하게 되는 경우, 이번 소송은 리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크게 작용할 것이다.
3. 2022년 4월 : 예상했던 대로, 새라 넷번 판사는 DPP 관련 SEC의 재심의를 부인했다.
SEC 입장 : 특권을 주장하기 위한 시도로, 법원이 윌리엄 힌먼이 SEC의 기업금융 부서의 접근 방식을 전달하기 위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대해 2018년 연설한 것을 간과했으며, SEC의 권한 로그에 있는 68개의 초안과 관련 논평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연설은 SEC 전역의 많은 직원들이 ‘중대한 협력’의 최종 산물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심의는 심의과정특권(DPP)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법원의 입장 : 법원은 디지털 자산 제공을 규제하는 기업금융 부서의 접근 방식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SEC의 주장은 디스커버리를 통해 제공된 종전 SEC의 태도와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4. 2022년 6월 : SEC로 하여금 ‘힌먼의 메모와 이메일’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도록 한 새라 넷번 판사의 변론기일이 진행되었다. 예상대로, 넷번 판사는 DPP주장을 거부한 후, 원고가 메모와 이메일이 변호사의 비밀유지 특권에 의해 보호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하여 SEC의 여러가지 모순을 조목조목 반박하였다.
판사는 “2021년 8월 SEC가 연설이 시장에 지침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언급했음을 상기하면서 이전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Ⅴ SEC v. 리플 소송이 암호화폐 시장에 가져다 줄 영향은?
본건 소송의 결과로 인하여 거의 모든 기존의 알트 코인이 증권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들도 존재한다. 윌리엄 힌먼의 2018년 연설 메모와 이메일이 소송자료로 현출되는 경우 이는 본건 소송의 결과를 결정짓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당사자들과 법원이 곧 있을 전문가 증언 관련 신청을 다룰 것이기 때문에 판사는 힌먼의 메모에 대한 판결을 곧 내리게 될 것이다. 이 소송은 오랜 기간 동안 계속되어 왔으며, 수천 명의 XRP 소유자들은 “소송 후 XRP는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왔다. XRP에 대한 SEC의 소송이 향후 암호화폐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SEC가 이기게 된다면, 암호화폐 시장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디지털 자산은 주식과 동일한 규제 요구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는 선례가 되는 판례가 될 것이다. 리플이 이긴다면, 이 또한 여러 분야에서의 규제증가에 직면하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에 큰 활력을 가져다 줄 수 있다. SEC의 지연 전술로 인해 많은 타격을 본 리플 또한 장기화된 법정 공방으로 인한 손해를 만회하려 노력하게 될 것이다.
리서치 : 김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