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멸종 동물로 여겨졌던 ‘다이어 울프’가 현대 생명공학의 힘으로 되살아났다.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의 생명공학 스타트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가 1만 3,000년 전 멸종된 이 고대 늑대의 복원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이 전설적 존재는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돌아왔다.
콜로설은 동결 보관해온 다이어 울프의 1만 3,000년 전 이빨과 7만 2,000년 전 두개골에서 DNA를 추출해 20개의 정밀한 유전자 편집을 거쳐 살아있는 복제늑대를 탄생시켰다. 이 중 15개의 유전자는 과거 멸종된 다이어 울프 특유의 형질을 되살리는 데 쓰였다. 이를 통해 크고 강인한 체구, 밝고 두툼한 털 등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출산으로 태어난 세 마리의 다이어 울프는 남성 두 마리(로물루스와 레무스)와 여성 한 마리(칼리시)로 구성돼 있다.
뿐만 아니라 콜로설은 세계적으로 가장 멸종 위기에 놓인 붉은 늑대(red wolf)의 유전자를 복원하는 데도 성공했다. 총 두 개의 보금자리에서 네 마리의 붉은 늑대 새끼가 태어났으며, 이 유전적 복원은 새로운 유전자 계보를 만들어 극도로 제한된 붉은 늑대 유전자 다양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졌다. 현재 북미에 생존 중인 붉은 늑대는 20마리 미만에 불과하다.
콜로설의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유전자 복제 실험을 넘어 ‘종 복원’이라는 과학적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회사는 회색 늑대를 유전적 대리 모체로 삼아 핵이식 방식으로 교배했고, 수정란을 이종 대리모에 이식해 번식을 이끌어냈다. 이로 인해 사람 손에 의해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된 멸종 동물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것이다.
20세기의 멸종 종이었던 다이어 울프의 복원은 유전자 편집 및 생물학적 분석 기술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콜로설은 고대 DNA를 고해상도로 분석해 종 특유의 표현형 정보를 밝혀내고, 이미 진화 과정에서 ‘임상시험’을 통과한 유전 정보를 기반으로 안정성 있는 수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고대 다이어 울프의 밝은 털색 특정 유전자 수정을 위해, 회색 늑대에서도 안전하다고 입증된 멜라닌 관련 유전자(MC1R, MFSD12)에 변이를 적용해 부작용 없이 표현형을 구현해냈다.
콜로설의 공동 창립자이자 세계적인 유전학자인 조지 처치(George Church) 박사는 “멸종된 유전자를 되살리는 우리의 기술들은 단지 호기심의 산물이 아니라, 전 지구적 보전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이번 다이어 울프 프로젝트에서 활용한 기술을 멸종위기종 보존 및 ‘생물다양성 복구’ 분야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연방정부의 인증을 받은 콜로설의 울프 보호구역은 약 2,000에이커(약 810만㎡)로, 동물심리학 및 생물보전 전문 인력이 상주하며 생후 개체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향후 멸종 동물 및 멸종위기 동물들의 보존과 재야생화를 준비하기 위한 시설과 맞춤형 환경도 조성돼 있다.
이번 성과는 ‘주라기 공원’을 떠올리게 하지만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은 사회적, 생태적 의미를 내포한다. 다이어 울프의 등장은 과거의 생명을 되살림으로써 인간이 지닌 ‘생물학적 책임’을 일깨우는 계기를 제공하며, 과학이 한 때 사라졌던 생물들을 위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준다.
콜로설은 현재 멸종된 종으로는 다이어 울프 외에도 매머드와 도도새, 탈라신 호랑이 등에 대한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기술 개발과 함께 미 정부 및 과학계와 협력해 보존 생물학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이 회사는 단지 고대 생물의 복원에 머무르지 않고, 생명공학을 통한 생태계 복원 및 회복 가능한 보존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