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대부분 품목에서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미국 정부가 한국에 25%의 상호관세율을 일방적으로 매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수치를 산정한 구체적 근거를 밝히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FTA 체결국들에 부과할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가장 높은 25% 관세율을 적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장에서 제시한 차트에는 한국의 관세율이 25%로 표시됐지만, 백악관이 공개한 문서에는 26%로 적혀 혼선이 있었다. 이후 문서는 다시 25%로 정정됐다.
미국은 현재 한국을 포함한 20개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다. 이들 중 호주, 칠레, 페루 등 대부분은 기본관세율인 10%를 적용받았다. 이스라엘은 17%, 니카라과 18%, 요르단 20%를 부과받았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스위스(31%), 대만(32%), 중국(34%), 베트남(46%)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미국산 제품에 50%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한국에는 '할인된' 25% 관세율을 적용했단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이 실제로 어떤 식으로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자료나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 농산물에 높은 비관세 장벽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같은 상품은 사실상 수입금지 상태"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가 국내 생산품이라는 점도 예로 들며, 한국 시장 접근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산업상의 비금전적 무역 제한과 소비 비중 차이도 불공정의 근거로 꼽았다. 미국은 GDP의 68%가 소비지만 한국은 49%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도 담겼다. 이 보고서는 미국 수출업자가 겪는 무역장벽과 관련 정책을 정리한 자료다. 최근 보고서에서도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월령 기준으로 제한하고, 플랫폼 기업 규제와 인터넷망 사용료 제도 등을 문제 삼았다.
특히 미국 정부는 처음으로 한국의 '절충교역'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절충교역은 한국이 무기나 군수품을 수입할 때 기술이전이나 국산 부품 사용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또 원전 산업에서 외국기업의 소유 금지 조항도 새롭게 언급됐다.
FTA 덕분에 한국은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일본, 유럽연합(EU) 등 비FTA 국가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해왔다. 하지만 이제 25%의 관세가 적용되면서 무관세 효과는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게다가 일본(24%)이나 EU(20%)보다도 더 높은 관세율이 책정돼, 한국은 수출 시장에서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상호관세가 본격 적용되면 한국 기업들은 미국 수출길에서 이중의 벽을 마주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가진 비금전적 무역 제한이 최악"이라며, 불공정 무역 행위의 상징적 사례로 한국을 반복해서 언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