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일련의 발언을 통해 연준 고위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고율 관세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같은 상충된 리스크가 통화정책 결정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고 우려했다.
이번 주 연준 인사 다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이 가져올 경제적 후폭풍을 경계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보스턴 연은 총재 수전 콜린스는 “단기적으로는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인플레이션 경로가 이전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발표하며, 다음 달 추가 관세도 예고한 바 있다.
연준의 딜레마는 분명하다.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은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화하지만, 동시에 소비 둔화 및 고용 불안은 금리 인하 요인을 제공한다.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는 “소비자 신뢰지수가 급락하고 있어, 관세 자체보다는 심리적 효과가 오히려 더 클 것”이라고 말하며 연내 경기 둔화를 강하게 암시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ME 그룹의 FedWatch 툴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둔화와 고용시장 안정 사이에서 연준이 균형을 찾기 위해 정책 완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애틀랜타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은 보다 보수적인 입장이다. 그는 올해 기준금리를 한 차례만 인하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금리 인하마저 보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실업률 상승이나 소비 위축 시에는 더 빨리 완화적 스탠스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연준 이사 아드리아나 쿠글러 역시 워싱턴에서의 연설을 통해 “최근 몇 년의 인플레이션 경험을 고려할 때, 소비자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는 조짐에 주목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동일한 우려는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알베르토 무살렘에게서도 나타났다. 그는 “관세발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다”며, 인플레이션 심리가 장기적으로 고착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처럼 여러 연준 관계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확장 움직임에 동시다발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은, 정책 불확실성이 연준의 판단력을 흐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치먼드 연은 총재 톰 바킨은 “지금의 경제상황은 마치 짙은 산안개를 뚫고 운전하는 것처럼 불투명하다”며 “차선을 바꾸기엔 가시거리가 너무 짧은 상태”라고 표현했다.
결국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가져올 가격충격과 수요둔화 중 어느 쪽이 더 위협적인지를 면밀히 평가하면서, 정책 방향 설정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양’과 ‘물가안정’이라는 연준의 이중 책무 사이에서 해답을 찾기까지, 금리 결정의 모멘텀은 당분간 옅은 안개 속을 헤맬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