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가격이 하루 만에 5% 이상 하락하며 약 1,900달러(약 277만 원)선까지 밀려났다. 이번 조정은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부정적인 흐름과 맞물려 나타난 것으로, 전체 시가총액은 약 2.67% 감소한 2조 7,800억 달러(약 4,058조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번 하락은 미국 정치와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새로운 자동차 관세정책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는 2025년 4월 3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승용차 및 경트럭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3월 26일 발표했다. 이는 캐나다, 멕시코, 일본, 독일 등 주요 무역국을 대상으로 하며, 글로벌 시장에 긴장감을 높였다. 투자자들은 이는 새로운 무역전쟁의 신호탄이자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조짐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며 ETH와 같은 암호화폐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관세 시행 이후 보복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보복 관세에 대한 보복 관세"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가 지난 3월 초 중국과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도입했을 당시에도 이더리움은 불과 72시간 만에 3,400달러에서 2,100달러로 급락한 바 있어, 이번 조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ETH 하락세는 선물시장에서의 대규모 롱 포지션 청산과도 무관치 않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총 9,700만 달러(약 1,417억 원) 규모의 ETH 포지션이 청산됐으며, 이 중 91%인 8,870만 달러는 롱 포지션이었다. 이는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강제로 포지션을 정리하는 ‘연쇄 청산’을 유발했고, 가격 하락을 더욱 심화시켰다. 같은 기간 전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총 3억 5,300만 달러(약 5,163억 원)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돼 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이 부각됐다.
기술적 분석 역시 ETH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 ETH는 이른바 ‘베어 플래그(약세 깃발)’ 패턴을 형성 중이며, 이는 기존 하락 추세의 연속 신호로 해석된다. 이더리움은 단기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2,200달러 선을 지키지 못하고 하락해 해당 패턴의 붕괴를 확인시켰다. 기술적 목표가는 약 1,200달러(약 175만 원)로, 현 수준 대비 약 35% 더 하락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또한, 상대강도지수(RSI)도 중립선인 50 이하에서 머물며 약세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는 최신 보고서에서 이더리움의 반등 동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으며, 탈중앙화 네트워크 전체 변동성이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고 평가했다. ETH는 2024년 12월 고점(4,100달러) 대비 50% 이상 하락한 상태로, 가격 복원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수급 회복 또는 펀더멘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