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산업의 조용한 혁명이 도래하고 있다. '오픈 클라우드'로 불리는 이 변화는 기업이 기존의 폐쇄적인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벗어나 개방성과 유연성을 기반으로 디지털 인프라를 구성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다. 전통적인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높은 이그레스(데이터 전송) 요금, 서비스 종속성, 제한된 선택지는 기업의 혁신을 제약해왔으며, 이에 대한 반발이 '탈출'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NFL에 소속된 필라델피아 이글스는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를 떠나 전문 스토리지 업체로 전환했다. 기존 대비 비용은 5분의 1 수준이었고, 시스템 호환성 문제도 없었다. 이러한 선택은 '최적의 조합'을 통해 원하는 기능만을 선택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오픈 클라우드의 강점을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단일 클라우드 플랫폼에 데이터를 묶어두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클라우드 산업은 ‘클라우드 1.0’ 단계에서 ‘클라우드 2.0’으로 급속히 이동하는 흐름을 맞이하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상호 운용성과 특화된 서비스를 조합해 쓰는 오픈 클라우드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오픈 클라우드로의 전환에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그레스 요금'이다. 이는 사용자가 클라우드에서 데이터를 외부 시스템으로 전송할 때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일반적으로 기가바이트당 9센트 수준이다. 예컨대 한 중견 기업이 매달 50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다른 서비스로 이동한다면, 연간 5만 달러(약 7,2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된다. 이러한 부담은 기업들이 자유롭게 데이터를 이동하지 못하게 막고, 결과적으로 클라우드 종속을 유도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GOOGL), 마이크로소프트(MSFT) 등 ‘빅3’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반독점 조사도 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이그레스 요금 폐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는 자체 플랫폼을 완전히 떠나는 '탈출 고객'에 한정되며, 일정 기간 이상 사용한 고객 등 제한이 많아 실질적인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다.
오픈 클라우드의 필요성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AI 산업은 데이터 저장, 처리, 학습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최적의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클라우드 업체에 종속되면 최신 하드웨어나 알고리즘 도입이 늦어져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 반면 오픈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데이터 위치와 인프라 선택에 제약 없이 효율적인 AI 스택을 구성할 수 있다.
디멘셔널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기술 및 예산 결정권자 4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절반 이상이 대형 클라우드 업체 대신 분야별 최고 기술을 제공하는 전문 업체들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는 많은 기업들이 오픈 클라우드 기반의 '조합형 인프라'로 방향을 틀고 있음을 시사한다.
클라우드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기업들은 도입을 주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클라우드 활용이 비즈니스 혁신의 핵심이 되었다. 이제는 오픈 클라우드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다. 높은 이그레스 요금이라는 장벽을 허물고, 기업들이 원하는 기술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진정한 클라우드 환경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미래지향적인 기술 생태계의 핵심이며,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