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대출 시장이 2021년 최고점이던 644억 달러(약 93조 9,000억 원) 대비 여전히 43% 가까이 축소된 가운데, 디파이(DeFi)를 통한 대출 시장은 지난 약세장 저점 대비 959%까지 반등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갤럭시디지털(Galaxy Digital)이 4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기준 글로벌 암호화폐 대출 시장 규모는 365억 달러(약 53조 2,0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보다 43% 감소한 수치다. 보고서는 시장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 공급 측면에서 대출 제공자, 수요 측면에서 펀드 및 기업 이용자의 이탈을 지목했다.
암호화폐 대출은 투자자가 자신의 코인을 담보로 법정화폐 또는 다른 암호자산을 대출받을 수 있게 하고, 반대로 보유 자산을 이자 수익 창출 목적으로 대출해줄 수도 있는 구조다. 하지만 2022년을 기점으로, 제네시스, 셀시우스 네트워크, 블록파이, 보이저 등 주요 중앙화 금융(CeFi) 대출 플랫폼이 연이어 파산하면서 시장 전체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들 CeFi 플랫폼의 붕괴는 대출 총량의 78% 감소로 이어졌고, 특히 CeFi 시장만 놓고 보면 미체결 대출이 82%나 줄었다.
반면, 디파이 기반 대출은 강한 탄력성을 보이며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약세장 당시 18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 수준으로 저점을 찍었던 디파이 미체결 대출 규모는 2024년 말 기준 191억 달러(약 27조 9,000억 원)로 급증했다. 갤럭시디지털은 이러한 반등이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반의 ‘허가 없는’ 구조와 주요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들이 CeFi의 붕괴 속에서도 운영을 이어갔다는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다수의 CeFi 업체가 파산하여 시장에서 사라진 반면, 주요 디파이 플랫폼들은 지속적으로 작동한 것이다.
현재 CeFi 부문 미체결 대출은 총 112억 달러(약 16조 3,000억 원) 규모로, 2022년 최고점 당시 348억 달러 대비 68% 감소했다. 이 가운데 테더(Tether), 갤럭시디지털, Ledn이 CeFi 전체 대출 시장의 88.6%를 차지하며 과점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세 곳은 암호화폐 전체 대출 시장의 27%를 점유하고 있다.
디파이 부문의 회복은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중앙집중형 금융 플랫폼과 탈중앙 플랫폼 간 자금 흐름 구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디파이 브로커 규정 중단을 지시하며 규제 환경이 디파이 친화적으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시장 판도는 더욱 빠르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