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양적긴축(QT)의 속도를 늦추기로 합의하면서 정책 변경의 배경과 내부 이견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연준은 국채 보유 자산 매각 상한을 기존 월 250억 달러(약 3조 6,500억 원)에서 50억 달러(약 7,300억 원)로 축소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해당 결정은 대다수 위원의 지지를 받았지만, 일부 인사들은 이런 속도조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반대 인사로는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이사가 언급됐다. 그는 기존 경로대로 QT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QT 속도 조절이 시장 유동성 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결정은 단순히 경기 대응보다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관련 불확실성을 감안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많다.
연준 측 설명에 따르면, 부채한도 협상 타결 이후 대규모 국채 발행이 다시 시작될 경우 시중 유동성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뉴욕 연은의 내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QT 속도 조절은 이러한 국면에서 유동성 충격을 최소화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택저당증권(MBS)에 대한 월간 축소 한도는 기존대로 350억 달러(약 5조 1,000억 원)로 유지되며, 탄력적인 대응을 위한 정책 밸런스가 유지됐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 인사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간 조정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암시했다. 파월 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QT 속도를 낮추면 은행 시스템 내 지급준비금의 부족 위험을 늦출 수 있으며, 시장 상황을 더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뉴욕 연은 총재도 “점진적 조정은 시장 혼란을 줄이고 유동성 움직임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암호화폐 시장은 QT 조정 발표에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을 포함한 주요 가상자산은 발표 직후 큰 변동 없이 횡보세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결정이 명백한 비상 조치가 아니라, 정책 유연성 확대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시장 판단이 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동성 유지 기조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암호화폐에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현재 연준의 정책 초점이 기준금리보다는 유동성 관리로 확장되고 있음에 따라, QT에 대한 연장 여부는 향후 글로벌 거시경제 변수, 특히 무역정책과 미국 재정지출 방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이 유동성 흐름과 맞물려 암호화폐 자산에 중장기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