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완화하며 은행과 파생상품 시장의 참여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아래에서 이뤄진 규제 프레임워크 변화의 일환으로,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FDIC는 지난 28일(현지시간) 공개한 공문을 통해, 감독 대상 금융기관이 암호화폐 관련 활동을 사전에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시행됐던 지침에 따라 은행이 암호화폐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FDIC에 사전 통보해야 했으며, 이에 따라 행정적 제약이 컸다. FDIC는 이번 조치를 통해 해당 규제를 철회했으며, 암호화폐 관련 사업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는 한 자유롭게 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공문에는 ‘암호화폐 관련 활동’의 예시로 ▲디지털 자산 수탁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관리 ▲암호화폐 및 기타 디지털 자산 발행 ▲유동성 공급자 또는 환전 대행 ▲분산원장기술(DLT) 기반 결제 시스템 참여(노드 운영 포함) 등이 포함됐다. 다만, FDIC는 시장·유동성·운영상 위험, 사이버보안, 소비자 보호, 자금세탁방지 등 리스크 평가를 병행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또한, FDIC는 암호화폐와 관련된 사업이 은행의 평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도입됐던 ‘평판 위험’ 항목을 은행 검사 항목에서 제거했다. 이는 직접적인 암호화폐 규제 요소는 아니지만, 업계에 있어 은행이 디지털 자산에 접근하는 데 걸림돌이 됐던 요인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CFTC는 같은 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을 기존 파생상품과 동일하게 취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전에 내부 직원에게 보낸 지침서를 공식 철회했으며, 수정 내용은 즉시 발효된다고 전했다. 이 조치는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전통 금융시장 수준의 규제 틀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이 같은 규제 완화 조짐에 발맞춰 주요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 10일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선물 상품의 24시간 거래를 출시했으며, 파생상품 거래소 데리빗 인수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켄 역시 지난 20일 파생상품 소프트웨어 기업 닌자트레이더 인수를 발표하며 미국 내 파생상품 사업 확장을 공식화했다.
이번 조치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 암호화폐*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세계 최고의 암호화폐 허브’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으며, 디지털 자산 전략 비축 제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암호화폐 산업은 규제 측면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