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공공분야에서도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공공서비스 계획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서울시와 서울기술연구원(이하 기술연구원)은 '초실감형 메타버스' 서비스를 시범 오픈했다.
기술연구원이 공개한 메타버스는 서울 시청 일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높은 품질을 자랑했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품질만큼 메타버스를 구동하기 위한 PC의 사양 역시 높아 이용자들의 접근성에 큰 문제가 있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해당 메타버스를 원활하게 이용하기 위해선 140만원 가격 수준의 컴퓨터가 필요하다. 현재 모바일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아 이용자들의 이용이 극히 제한적이다.
◇ 메타버스 원활히 이용하기 위해선 고사양 PC 필요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 메타버스가 관련 소식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플랫폼 사업이 얼마나 활성화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기술연구원이 공개한 메타버스의 경우 PC를 통해서만 이용이 가능하며, 원활한 이용을 위해선 고사양 PC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극히 제한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 겸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은 "지금까지 많은 공공기관이 메타버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축한 이후 이용자들이 모이지 않고, 결국 폐허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실효성 없이 국민의 세금만 낭비하는 행위"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위 학회장에 따르면 창업진흥원이 5000만원을 투자해 구축한 메타버스와 서울시와 춘천시가 제페토 내에 구축한 센터와 커피랜드는 현재 이용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는 "메타버스는 플랫폼이고 플랫폼엔 사람이 모여야 하는데, 공공 메타버스엔 이런 이용자를 모으기 위한 플랜이 결여돼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연구원이 공개한 메타버스 역시 이용자들을 모으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
사진 = '초실감형 메타버스' 시스템 권장 사양 / 쓰리디팩토리 홈페이지 갈무리
특히 이번 메타버스의 경우 요구되는 PC 사양이 높아 이용자들에게 높은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메타버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쓰리디팩토리에 따르면 메타버스를 원활히 이용하기 위한 권장사양은 ▲Six-core Xeon E5-2643 @3.4GHz 이상의 CPU ▲32GB 이상의 RAM 메모리 ▲NVIDIA GeForce RTX 2080 Super 이상의 GPU이다.
사진 = 권장 사양에 맞춰 짜본 조립용 데스크탑 견적 / 다나와샵 갈무리
해당 권장 사양을 기반으로 본지에서 데스크탑 최저가 견적을 짜본 결과(5월 4일 다나와 최저가 기준, 권장 사양에 표기된 제품이 단종된 경우 동급 제품으로 대체) 데스크탑 본체 가격만 129만원이 필요하다. 운영체제(OS) 구입비용과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등을 포함하면 150만원이 넘는다.
해당 메타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고가의 PC를 구매하거나 PC방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위 교수는 "최근 인터넷 사용 환경 이 모바일로 변경되고 있으며 PC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도 있어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출시되고 있는데, 이러한 환경의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실제로 지자체 메타버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 역시 높은 사양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메타버스의 대중화나 접근성 측면에서 봤을 때 높은 사양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공공 메타버스라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과 편의성에 중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지만 메타버스를 즐기는 대상을 너무 10~20대에만 맞추는 주의해야 한다. 메타버스 내 경제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30대와 그 이상의 세대들까지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비판에 대해 기술연구원 관계자는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최신 물리엔진인 '언리얼엔진 5' 환경에서 메타버스를 구축하다 보니 다소 사양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라며 "개발 단계에서는 높은 품질의 높은 사양을 만들고 최적화하는 단계에서 이용자 권장 사양을 낮추는 편이 훨씬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자들의 접근성과 관련해 모바일 환경에서도 새로운 물리엔진을 구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개선된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다만, 새로운 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기존에 체험할 수 없었던 많은 움직임들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