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암호화폐 거래소가 암호화폐 '상장' 심사 절차를 간소화한다. 비효율적인 심사 과정을 개선해 뒤처진 자국 암호화폐 시장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2022년 3월 22일(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일본암호화폐거래소협회(JVCEA)'는 온라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3월 말 암호화폐 '그린리스트'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 그린리스트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XRP, 라이트코인 같이 일본에서 이미 널리 거래되고 있어 상장 심사를 생략할 수 있는 암호화폐 명단이다.
등록 조건은 △3개 이상의 회원사(거래소)에 상장된 경우 △1개 회원사에 상장된 기간이 6개월을 경과한 경우 △협회가 별도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경우 △부적절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등 4가지 모두에 해당해야 한다. 협회에 따르면 3월 기준 그린리스트에 등록된 암호화폐는 총 18종이다.
2018년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대형 해킹 사고들이 발생하자, 규제 당국은 업계에 대한 집중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거래소들은 자율규제단체인 JVCEA를 조직해 안전한 시장 조성을 위한 자체적인 방안을 강구해왔다.
협회에는 31개 거래소가 참여하고 있는데, 신규 암호화폐뿐 아니라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대형 암호화폐를 상장할 때조차 상당히 긴 심사 절차를 밟아야 했다. 신청이 밀리면서 2021년 10월 기준 승인을 기다리는 신청 대기가 80건이 넘기도 했다.
이처럼 비효율적인 상장 절차는 일본 암호화폐 시장 활성화를 방해했다. 2021년 말 기준,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암호화폐 139종을 지원하는데, 일본 거래소 전체가 지원하는 암호화폐 수가 40종에 그치고 있다. 가장 많은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거래소는 GMO코인으로, 총 20종을 지원한다.
일본 거래소 이용자가 보유한 암호화폐 자산 규모는 2022년 1월 기준 1조 1800억 엔, 한화로 1조 8000억 원이다. 코인베이스 이용자가 보유한 암호화폐 자산 규모는 2021년 12월 기준 2780억 달러, 한화로 337조 원에 달한다.
일본 거래소 업계는 전문 거래자들이 선택의 폭이 좁은 일본 시장을 떠나 바이낸스 같이 자국 허가를 받지 않은 거래소를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겐키 오다(Genki Oda) JVCEA 부회장은 "암호화폐가 상장 승인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수익을 내는 거래소가 적고, 이용자들은 해외 거래소로 몰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상장 간소화 제도가 시행되면, 거래소들은 그린리스트에 올라온 암호화폐를 긴 심사 절차 없이 상장할 수 있게 된다.
JVCEA는 "그린리스트를 통해 토큰 상장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 현지 산업을 글로벌 수준에 가깝게 끌어올릴 것"이며 "새로운 암호화폐 상장 승인과 암호화폐공개(ICO), 거래소공개(IEO) 등에 협회의 리소스를 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