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의무화를 반대하는 트럭 점거 시위로 인해 막대한 경제 손실과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면서, 캐나다 정부가 '긴급조치법 발동'이라는 강수를 두고 있다. 불법 시위에 자금 공급 채널로 사용된 크라우드펀딩,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 등에도 규제 강화라는 불똥이 튀었다.
2022년 2월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블록웍스 등 외신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캐나다 총리는 "트럭 점거 시위로 경제가 타격을 입고 공공 안전이 위기에 쳐했다"면서 처음으로 '긴급조치법'을 발동했다.
1988년 통과된 긴급조치법은 국가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때, 연방 정부가 주 정부 관할을 넘어 긴급조치에 나설 수 있는 임시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이다. 긴급조치법을 실제 발동한 건 1970년 이래 이번이 두번째다. 트뤼도 총리는 주지사들과 협의를 진행했으며, 반대 의견은 2명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내 의회 승인을 거치면 연방 정부는 추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트뤼도 총리는 "트럭 점거 시위는 평화로운 시위가 아니다. 공권력이 법을 제대로 집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불법적이고 위험한 행위가 계속되도록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긴급조치법이 발동되면 정부는 차량 견인 등 강제 조치를 통해 시위를 금지·해산할 수 있게 되며, 이동 제한, 인적·물적 자원 제재, 연방 경찰 투입 등도 가능해진다. 트뤼도 총리는 군 병력을 동원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2022년 1월 15일 캐나다 정부는 트럭 운전사들에게 미국-캐나다 국경을 통과할 때 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할 것을 의무화했다. 트럭 봉쇄 시위는 이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됐다. 트럭 운전사들은 '자유 호송대(Freedom Convoy)’라는 시위대를 조직해 1월 29일 수도 오타와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 고속도로와 대형 교각을 점거했다. 시위는 3주 동안 지속됐다.
특히 2월 7일부터 강제 해산된 13일까지 미국과 캐나다 양국의 연 교역량의 25%를 담당하는 주요 교각 '앰버서더 브리지'를 막으면서 정부와 시위대 갈등이 고조되면서 사상 두 번째 '긴급조치' 발동까지 치달았다.
불법 시위 지원 '암호화폐' 압박 수위 높인다
긴급조치법에 따라 크라우드펀딩 및 결제 기업들도 추가 규제를 받을 위기에 놓였다. 일반 금융 시스템이 차단돼 시위대를 후원할 수 없게 된 시위 지지자들이 크라우드펀딩, 암호화폐 플랫폼을 우회로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2월 11일 디크립트에 따르면 시위 지지자들은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고펀드미(GoFundMe)를 통해 1000만 달러를 모금해 시위대에 전달을 시도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차단하자 크립토 유튜버 BTC세션(BTC Sessions)이 비트코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톨리코인(Tallycoin)'을 통해 지원 기금을 마련했다. 4877명이 참여해 약 16 BTC(70만 달러)를 모금했다. 제시 파월(Jesse Powell) 크라켄 CEO도 기부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캐나다 정부는 자금세탁방지, 테러자금조달을 막기 위한 규정이 미치지 못한 위험지대를 발견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암호화폐 결제 제공업체 등에 의무 규정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Chrystia Freeland) 재무장관은 2월 14일 "연방 정부는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 규정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결제 제공업체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장관은 "암호화폐 같은 디지털 자산을 포함해 모든 거래 유형을 다룰 것"이라면서 "이번 시위를 통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일부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가 범죄 수익 및 테러자금조달 관련 법에 따라 규제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일반·암호화폐 결제 서비스업체는 캐나다 자금세탁방지 당국인 '금융거래보고분석센터(FINTRAC)에 의무 등록해야 하며, 대규모 거래, 의심 거래 등도 신고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긴급조치가 암호화폐 결제 시장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 규정이 산업에 적용된다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지만, 당국이 개입 수준을 더욱 강화하고, 도입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