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11월 말부터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시작한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실시한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20개월 만에 마무리 짓고 있다.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풀리면서 큰 수혜를 받았던 암호화폐 시장이 추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징 수단, 대안 자산으로 입지를 지킬 수 있을지 시장 관심이 쏠린다.
연준은 2021년 11월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성명에서 테이퍼링 시행을 공식화했다. 테이퍼링은 연준이 양적완화 정책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전략을 말한다.
연준은 "2020년 12월 이후 연준 목표에 대한 경제적 진전이 상당했다는 점을 감안해 월 순자산 매입 규모를 국채 1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 달러씩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0년 초 팬데믹으로 시장이 위기를 맞으면서 연준은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펼쳐왔다. 매달 미 국채 8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400억 달러 등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번 테이퍼링 결정은 11월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빨라진 가운데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 우려를 인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테이퍼링이 본격화되면 시중에 풀리는 자금은 줄어들고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져 금리 상승이 예상된다. 이는 투자자의 자산 매각, 신흥국 달러 자금 유출 등을 촉발해 시장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 연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다가 2013년 테이퍼링 시행 의사를 내비쳤는데, 시장은 대폭락하며 '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 긴축 발작)' 현상을 보였다.
2021년 말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백신 개발 등 상황이 개선되면서 테이퍼링 시행 가능성과 전망들이 이어졌다. 증시를 비롯한 시장은 긴장하며 연준 움직임에 주목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테이퍼링이 거론되기 시작했지만 연준은 물가와 고용 목표에 있어서 상당한 추가 진전이 확인돼야 한다는 조건을 거듭 강조했었다.
연준은 정책 변경을 확정하면서도 그에 따른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연준은 일단 11월과 12월에 한해 구체적인 채권 매입 축소 계획을 내놨다. 11월 말 채권 매입 규모를 150억 달러 상당 줄이고, 12월에는 11월 수준에서 150억 달러 상당을 더 감소시킨다는 계획이다.
연준은 "매달 이 정도 수준의 순자산 매입 감소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경제전망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정책 방향과 매입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기준금리는 기존의 0.00∼0.25% 수준으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채권 매입이 종료된다고 해서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데이빗 켈리(David Kelly) JP모건 자산운용수석은 2022년 연말에나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연준은 테이퍼링 종료 시점과 긴축 시작 시점 사이에 간격을 둘 것"이라면서 "7월이나 9월에 금리인상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2022년에도 매달 150억 달러씩 채권 매입 축소를 지속한다면 8개월 뒤인 2022년 6월에는 테이퍼링이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산업 주요 소식을 BBR 매거진을 통해 만나보세요(구독신청)
통화정책 변화 속 비트코인 전망은?
인플레이션 위기에서 비트코인은 불변성, 희소성, 공급량 제한 등의 특성을 강조하며 대안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의 가능성을 피력했다. 비트코인은 시장 위기에 대한 대응 방안이나 통화 정책을 결정할 중앙기관이 없지만, 가치가 크게 상승하면서 투자 시장의 각광을 받았다. 거물급 투자자들이 양적완화 정책 초반부터 비트코인 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이후 막대한 자금이 유입됐다. 비트코인은 이를 힘입어 2021년 4월과 10월 최고 6만 4000달러선까지 올라갔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테이퍼링에 들어가고 금리가 상승하면 비트코인 시세에 하방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금리 상승 시 안전자산인 채권의 수익률이 상승하면 금과 비트코인의 인플레이션 헤징 매력이 희석되고 수요 감소 및 가격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테이퍼링 시행 소식이 전해진 직후 주식과 채권 수익률은 소폭 상승했다.
반대로 탄력을 받은 비트코인이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실질 금리 상승이 금값에 역풍이 될 수 있지만 가격 발견 단계에 있는 비트코인은 적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이 마무리된 가운데, 비트코인이 투자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일반적인 투자 자산으로 자리를 굳힐 것인지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1년 11월 4일 오전 10시 35분 토큰포스트마켓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0.97% 하락한 6만 253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