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럼에도 뉴욕 증시는 하락세를 피하지 못한 반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은 큰 상승세를 연출했다.
23일(현지시간) 미 연준은 뉴욕 증시 개장 전 성명을 통해 "도전적인 시기의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필요로 하는 만큼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미 재무부가 발행한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때까지 무제한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달러를 공급할 계획이다. 달러를 무제한으로 찍어내겠다는 의미다.
또한 연준은 3개 비상기구를 신설해 3천억 달러(약 380조원) 내에서 기업과 가계를 지원하는 추가 대책도 내놓았다. 회사채 시장도 투자등급에 한해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사용하지 않았던 카드다.
이로써 연준은 지난 15일 이후 8일 만에 파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연준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7천억 달러 한도에서 국채와 MBS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극약처방을 시행했다.
연준이 '달러 무제한 찍어내기'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금융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가 패닉 상태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수익 악화로 대량 해고에 나서면서 가정 경제가 무너질 위험에 놓이자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연준의 극약처방에도 증시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582.05포인트(3.04%) 하락한 18,591.9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7.52포인트(2.93%) 내린 2,237.40에, 나스닥지수는 18.84포인트(0.27%) 하락한 6,860.67에 마감했다.
반면에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금과 미 국채 가격은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온스당 5.6%(83달러) 상승한 1,567.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 채권시장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0.16%포인트 급락한 0.77%를 나타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비트코인도 이들 안전자산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며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24일 오후 2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7.85% 오른 6,411달러를 기록했다. 이더리움을 포함한 알트코인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더리움(ETH)은 6.06%, 리플(XRP)은 2.91%, 비트코인캐시(BCH)는 5.03%, 비트코인SV(BSV)는 6.4%씩 전날보다 각각 상승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최근 벌어진 글로벌 충격에서 벗어나 점차 제 기능을 회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극약처방이 인플레이션을 불러와 비트코인 강세장이 연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발행량이 제한돼 있는 비트코인이 기존 금융시장의 대안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윌리 우는 "다른 자산 손실을 메우기 위해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매도했지만, 이러한 하방압력이 현재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이 성장했던 모습을 비트코인이 재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비트멕스 리서치도 18일 '인플레이션이 오고 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극단적인 정책은 경제 구조 변화의 주요 동인이 되고 있어, 이같은 상황에 대한 대응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올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향후 금융 충격에 대한 대응과 급격한 인플레이션 여파에서 사상 최대의 큰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펑자오 바이낸스 대표도 23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미 연준이 돈을 찍어내고 있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것은 시장의 비효율성, 즉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라며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재 금융시스템은 망가져 있으며, 비트코인이 그것을 고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