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은 2021년 7월 16일(이하 현지시간) 디지털 위안화의 진행 현황을 정리한 영문판 백서를 발간했다.
16쪽 분량의 백서는 디지털 위안화(e-CNY)에 대한 인민은행의 공식 입장을 밝히고 개발 배경, 목적, 비전, 기본 기능, 향후 계획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백서를 통해 디지털 경제 시대를 위한 개방성, 포괄성, 상호운용성, 혁신성을 갖춘 화폐 시스템에 대한 대중 의견을 구하고 관계자 논의 및 협력을 심화하기 원한다"고 말했다.
中 디지털 시대에 발맞춘 e-CYN 개발
중국 인민은행은 e-CNY의 개발 배경으로 디지털 경제의 발전을 꼽았다.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인공지능,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같은 혁신 기술 발전과 코로나19 팬데믹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안전하고 포괄적인 소매 결제 인프라의 필요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현금 이용 감소도 e-CNY의 개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인민은행 설문에 따르면 2019년 결제 건수 및 결제 규모 기준 모바일 결제가 차지한 비중은 각각 66%, 59%에 달한다. 현금 결제는 각각 23%, 16%를, 카드 결제는 각각 7%, 23%를 점했다. 설문 기간 동안 한 번도 현금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률도 46%로 매우 높았다.
중국은 암호화폐 및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빠른 발전도 e-CNY 개발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이 e-CNY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등 실험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시기는 암호화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2017년 말과 맞물려 있다.
다만 내재가치 부족, 심각한 가격 변동성, 낮은 거래 효율성, 막대한 에너지 소비 같은 단점은 암호화폐가 일상 경제 활동에서 화폐로 사용될 수 없게 했다고 지적했다.
인민은행은 "암호화폐는 투기 수단이며 금융 보안 및 사회 안정에 위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자금세탁 및 불법 경제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e-CNY 개발은 전 세계 CBDC 연구개발 흐름에 발맞추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은 백서에서 "65개 국가 중 86%가 CBDC를 연구 중이며 실험 및 개념증명 프로토타입을 진행하는 중앙은행 비중은 2019년에서 2020년까지 42%에서 60%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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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NY, 법정화폐 동일 지위…프로그래밍·익명성 지원
백서에 따르면 e-CNY는 디지털 버전의 법정화폐다. 인민은행이 발행하고 인가 기관이 운영하는 2중 운영 체제를 채택했다.
인민은행은 "e-CNY를 발행할 권리는 국가에 있다. PBOC는 e-CNY 운영 체제의 중심에 있으며 시중은행인 인가 운영자에게 e-CNY를 발행하고 전체 수명주기 동안 e-CNY를 관리한다. e-CNY를 대중에게 배포하고 교환하는 것은 인가 운영자와 기타 시중 기관이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화폐 기본 기능인 가치 척도, 교환 매매, 가치 저장 기능을 제공하며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현금통화인 '본원통화(M0)'의 대안물로서 실물 위안화와 동일하게 사용된다. 시중 예금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이자는 지급하지 않는다.
e-CNY는 일반 대중이 이용할 수 있는 소매 CBDC이다.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은 e-CNY 지갑을 통해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중국을 단기 방문한 외국인도 지갑을 개설해 e-CNY 이용이 가능하다.
소액 결제의 경우 익명성을 보장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결제에서는 법률에 따라 취급할 계획이다. 은행은 "개인 정보 및 프라이버시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대중의 익명 결제 수요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술적으로는 국경 간 거래 사용이 가능하지만 당장은 국내 위주로 사용될 전망이다. 은행은 "향후 해외 수요에 따라 국경 간 거래에 CBDC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나 다른 국가의 통화 주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민은행은 이번 백서에서 처음으로 e-CNY의 프로그래밍 기능 지원 사실을 공개했다. 은행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접목해 사전에 설정한 조건 및 약관에 따라 결제를 자동 실행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e-CNY 거래량, 6조 원 넘었다
백서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2014년 디지털 법정화폐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설립했다. 2016 디지털화폐연구소를 설립해 첫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2017년 말 국무원 승인을 얻어 시중 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개발·실험에 박차를 가했다.
2019년 말 디지털 화폐 실험을 시작해 2021년 7월 현재까지 11개 지역에서 e-CNY 실험을 마쳤다. 인민은행은 "이같은 실험이 대중이 e-CNY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6월 30일 기준 e-CNY는 공공요금, 급식, 교통, 쇼핑, 정부 서비스를 망라하는 132만 개 이상의 시나리오에 적용됐다.
개인 지갑은 2087만 개 이상, 기업 지갑은 351만 개 이상 개설됐으며 거래량은 7075만 건, 거래 규모는 345억 위안(6조 982억 원)에 이른다.
시범 운영 확대한다…공식 출시는 미정
중앙은행은 기본적인 디지털 화폐의 설계 및 기능에 대한 연구개발을 마무리한 상태이며 추가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시범 운영 지역 및 시나리오를 더욱 확대하고 중국 14차 5개년 계획에 따라 안정적인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관련 법안 및 제도 개선, 주요 연구 심화 등도 예정돼 있다.
공식 출시 일정은 밝히지 않았지만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및 패럴림픽이 e-CNY 보급의 주요 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민은행은 "경기장 및 선수촌의 무인 판매점, 자판기, 무인 슈퍼마켓, 식당, 쇼핑몰 등에서 e-CNY를 이용할 수 있으며 장갑, 뱃지, 유니폼 등 결제 기능이 있는 웨어러블 기기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발빠른 e-CNY 개발은 전 세계 CBDC 움직임을 가속화시켰지만 동시에 미국의 달러 등 각국 법정통화 위상 및 통화 정책에 도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인민은행은 이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국제결제은행(BIS),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와의 협의 가운데 e-CNY 개발을 추진해왔다"는 점을 밝혔다. 또 "국경 간 사용에 있어서는 통화 주권, 외환 정책, 규제 및 규정 준수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