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우려했던 '불확실한 규제' 문제가 현실화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은 조정에 들어갔다. 많은 기관들이 일찍이 '손절'에 나선 가운데 물밑에서 조용히 암호화폐 투자를 준비 중인 기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21년 7월 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는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헤지펀드 마셜웨이스(Marshall Wace)가 암호화폐 부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에 소재한 헤지펀드 마셜웨이스는 약 550억 달러(약 62조원)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아밋 라즈팔(Amit Rajpal) 마셜웨이스 아시아 대표가 해당 계획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는 스테이블코인,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 블록체인 기술 등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발전 후기 단계에 있는 암호화폐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암호화폐를 직접 거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마셜웨이스는 이미 2021년 5월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Circle)이 진행한 4억 4000만 달러 투자 라운드에도 참여한 바 있다.
하락장에 투자 준비하는 헤지펀드들
전 세계 규제 강화 기조에 암호화폐 시장은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
아케인리서치(Arcane Research)에 따르면 주요 거래소의 비트코인 일일 거래량은 40억 달러 규모로 9개월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기관 투자 활동도 크게 위축됐다. 테슬라, 메이투 등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던 대기업들도 손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하는 기관들이 나오면서 시장에 낙관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헤지펀드 전설 조지 소로스(George Soros)가 이끄는 270억 달러(30조원) 규모의 소로스펀드도 2021년 7월 초 암호화폐 투자를 허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내부적으로 비트코인이 금 투자 비중을 가져오고 있다는 진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헤지펀드 억만장자이자 자산운용사 포인트72의 스티브 코헨(Steve Cohen) 대표는 6월 한 인터뷰에서 "완전히 암호화폐로 전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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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헤지펀드 억만장자 앨런 하워드(Alan Howard)는 코인셰어스(CoinShares), 레든(Ledn)를 포함해 최소 9개 암호화폐 기업에 자금을 지원했으며 미국 헤지펀드 르네상스테크놀로지는 카나안(Canaan)와 마라톤(Marathon) 등 암호화폐 채굴 관련주에 투자한 바 있다.
7500만 달러 상당의 자금을 운용 중인 호주 암호화폐 헤지펀드 아폴로캐피털(Apollo Capital)은 7월 6일 블룸버그를 통해 2021년 들어119%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동기간 비트코인이 거둔 수익률 19.96%를 크게 웃도는 성적이다.
기관 투자자 82% "암호화폐 투자 노출 예상"
영국 니켈 디지털자산운용사(Nickel Digital Asset Management)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의 82%는 2023년까지 암호화폐 및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 노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UAE 등의 기관 및 자산 운용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해당 설문에서 응답자 10명 중 4명은 암호화폐 투자 노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 투자를 줄이겠다는 응답률은 7%, 전량 매각하겠다는 응답률은 1%에 불과했다.
암호화폐 투자 확대를 계획하는 이유로는 58%가 "암호화폐 및 디지털 자산의 장기적인 자본 성장"을 꼽았다. 38%는 '암호화폐에 더 익숙해지고 있어서', 37%는 '암호화폐 투자 기업 및 펀드가 늘고 있어서', 34%는 '규제 환경이 개선되고 있어서'라고 답했다.
네덜란드 신탁 투자사 인터트러스트가 2021년 4월 헤지펀드 최고재무책임자(CFO)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헤지펀드 시장이 5년 내 운용 자산의 7.2%를 암호화폐 투자에 노출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아나톨리 크라칠로프(Anatoly Crachilov) 니켈 디지털 CEO는 "비트코인 및 기타 암호화폐를 보유한 기관 투자자와 기업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자산 등급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6월 기준 시총이 1조 달러가 넘는 19개 상장사가 약 65억 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다. 해당 자산은 매입 당시 43억 달러 수준이었다. 여러 폐쇄형 비트코인 신탁 및 상장지수상품도 432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크라칠로프 CEO는 "암호화폐를 보유한 전문 투자자 중 대다수가 투자 노출 수준을 높일 계획"이라면서 "코로나19 위기에서 시장이 좋은 실적을 낸 것, 시장을 지지하는 기관 및 기업이 늘어난 것, 관련 인프라 및 규제 체계 개선 등이 투자 확대를 촉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