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22년 말 디지털 엔화의 형태를 더욱 구체화할 계획이다.
무라이 히데키(村井英樹) 일본 자유민주당 의원은 2021년 7월 5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 말 일본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어떤 모습일지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라이 의원은 일본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에서 디지털화폐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발빠른 민간의 금융 혁신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 2021년 4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의 첫 단계에 착수했다. 2022년에는 중앙은행과 예금자 간 중개기관 지정 등 디지털 엔화의 핵심 기능을 정하는 두 번째 단계로 이동할 계획이다.
CBDC 발행, 금융 시장 재편할 것
무라이 의원은 CBDC 발행 여부를 즉각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세부적인 설계 내용이 나올 것이고 CBDC 발행이 금융기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원은 "중앙은행이 CBDC를 발행하면 금융 기관과 결제 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CBDC는 일본 금융 산업에서 일고 있는 변화를 완전히 재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금융 기업들이 다양한 온라인 결제 방안을 통해 시중 은행의 영역에 도전하면서 일본 금융 산업은 이미 상당한 변화에 부딪히고 있다. 무라이 의원은 시중은행을 핵심 중개기관으로 하는 CBDC가 나온다면 사업과 데이터의 축이 민간 금융 업체에서 은행으로 재이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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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디지털 엔화 발행으로 인해 민간 기업을 몰아내거나 민간에 관여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중앙은행의 주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중앙은행은 2020년 말 "개인,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CBDC를 발행하더라도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을 거치는 2단계 시스템을 유지하고 현금과 병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 화폐, 국제 위상에도 영향
일본은 CBDC 개발 선두에 있는 중국을 의식하고 있다.
무라이 의원은 "디지털 위안화 사용이 편리해져서 관광 산업에 빈번히 사용되거나 무역 거래의 주요 결제 수단으로 자리한다면 엔화와 위안화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위안화가 안전 자산으로서 엔화가 가진 위상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라이 히데키 의원은 중국의 발빠른 디지털 위안화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엔화가 다른 선진국에서 개발하는 CBDC와 호환성을 갖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7개 주요 중앙은행과 함께 CBDC 핵심 기능을 공동 연구 중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CBDC 발행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CBDC에 대한 대중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 단계를 밟고 있다. 2021년 3월에는 CBDC 운영 지원을 위해 중앙은행, 재무부, 금융청 관계자, 증권사, 시중은행, 핀테크 협회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민간 협력 TF 팀도 구성했다. 일본은 민간 결제 서비스 뿐 아니라 도매 결제·청산 시스템 개발을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