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주력하고 있다는 내용이 내부 관계자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일본은행이 CBDC의 테스트에 본격 나선다고 29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기무라 다케시(Kimura Takeshi) 일본은행 부국장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CBDC는 일본은행 내에서 최우선 이슈 중 하나로 다뤄질 것"이라며 "준비 단계를 넘어 논의를 본격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무라 부국장은 CBDC의 구체적인 개발 일정에 대해서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CBDC 개발을 위해 담당 부서가 민간 부문과 협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은행은 CBDC에 요구되는 기능 요건을 정리하고, 테스트를 통해 이를 검증해나갈 계획이다.
일본은행의 CBDC 테스트는 '접근성'과 '복원력'이라는 두 가지 주요 특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CBDC가 기존 법정통화와 마찬가지로 언제, 어디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일시적인 전력 차단이나 천재지변과 같은 비상상황에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CBDC인 디지털 엔화가 발행된다 하더라도 기존 현금은 수요가 있는 한 계속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일본의 현금 유통량은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할 만큼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엔화는 현재 이용 가능한 다양한 현금 없는 결제 시스템의 통합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게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기무라 부국장은 일본의 CBDC 개발이 중국 디지털 위안화와의 통화 패권 다툼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각국의 금융 환경과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도입 시기와 진행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국가 결제 시스템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개선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중요한 책무"라며 "(CBDC 개발을) 어느 나라가 했기 때문에 우리도 한다는 차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자체 디지털 화폐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일본 내 압력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자민당은 경쟁국인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