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 조치가 암호화폐 시장을 크게 뒤흔든 가운데 정작 현지 투자 시장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투기 붐을 잡으려는 중국 당국의 시도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2021년 5월 3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암호화폐 규제 조치가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중국 엄포에 암호화폐 시장 흔들
2020년 말 암호화폐 시세 급등이 시작되면서 관련 사기, 자금 세탁, 투자 손실에 대한 중국 당국의 우려가 높았다. 중국은 2021년 5월 들어 여러 채널을 통해 암호화폐에 대한 엄격히 단속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2021년 5월 중국 은행과 결제 기업에 "암호화폐 거래 지원은 금융법 위반"이라면서 의심 거래를 식별하고 차단해야 한다는 의무 사항을 상기시켰다. 국무원은 금융 리스크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비트코인 거래와 채굴에 대한 금지를 촉구했다.
규제 강화 기조에 후오비 등 관련 기업은 사업 이전 및 축소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후오비는 "중국 내 채굴 호스팅 서비스를 중단하고 일부 시장에서 선물 계약 및 레버리지 투자 상품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OTC 플랫폼까지 폐쇄할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발 규제 강화 소식에 2021년 4월 중순 6만 4000달러에 근접하며 시총 1조 달러를 기록했던 비트코인은 반토막이 났다. 2021년 5월 31일 오후 4시 비트코인은 3만 5800달러에 거래되고 있고 시총은 6696억 달러로 주저앉은 상태다.
규제 당국, 암호화폐 단속에 열심
위안화-암호화폐 거래는 실제적인 단속이 어렵고 중국 금융 시스템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규제 강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대규모 자금 유출 위험도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금융 기관과 개인 투자자에 암호화폐 투자를 가까이 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엄격한 금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예민할 수 있는 시기인 2021년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심각한 시장 혼란을 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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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에 대해 잘 아는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개인의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데 그쳤지만 일부 암호화폐 활동이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에 관련된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공안이 단속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경찰은 암호화폐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장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수된 경고장에 따르면 당국은 "암호화폐를 사기에 자주 사용되는 수단"이라면서 "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가까운 지역 경찰서로 문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경찰이 일부 암호화폐 투자자를 소환해 투자 위험성을 경고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식들이 돌고 있다. 한 투자자는 당국이 보유 암호화폐 매각을, 다른 투자자는 거래 앱 삭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중국 당국은 P2P 대출 산업에 대한 규제 단속 조치가 성공했다고 보고 있고 이를 암호화폐 관련 조치의 모델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P2P 대출 산업은 2011년부터 신종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으며 5000만 명이 참여하는 1조 4900억 위안(250조 원) 규모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에 대한 위협, 사기, 채무불이행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이에 대핸 단속과 규제를 강화했고 관련 산업을 크게 위축시켰다.
암호화폐 시장도 급격한 하락을 보이며 대형 투자 손실과 피해를 발생시킨 만큼 중국 정부의 단속과 규제 칼날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단속, 현실적으로 어렵다…중국발 하락은 회복세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암호화폐 거래 흐름이 살아나면서 규제 단속이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7년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금지시킨 이래 중국 암호화폐 투자자를 위한 거래의 장으로 자리잡은 장외거래시장(OTC)에서 규제 강화 발표에 자동 반사에 가깝게 나타났던 암호화폐 매각 흐름이 둔화되고 있고 암호화폐 거래량이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해당하는 페이샤하오(非小号)에 따르면 중국 암호화폐 투자자 정서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 '위안화-테더 간 환율'은 당국의 규제 경고 이후 4.4% 하락했지만 이미 절반가량을 만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OTC 플랫폼과 P2P 네트워크에서 진행되는 암호화폐 거래 특성 상 추적은 상당히 어렵다는 점도 전면 금지를 현실화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이는 강력한 중국의 구매력 감소를 우려하는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 안도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 내 암호화폐 거래가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거래자는 먼저 후오비, 오케이엑스(OKEX) 등이 운영하는 OTC 플랫폼에서 매수호가와 매도호가를 게시한다. 양측 거래자가 가격에 합의하면 매수자 측은 은행이나 앤트 그룹 같은 핀테크 기업이 운영하는 정식 결제 플랫폼을 통해 매도자에게 위안화를 송금한다. 매도자가 위안화를 수령하면 OTC 플랫폼에 묶여있던 암호화폐가 매수자에게 양도된다.
당국은 이같은 암호화폐 거래에서 OTC 거래와 매칭되는 일반 플랫폼 내 거래를 확인할 방법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내몽고보다 훨씬 더 많은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신장에서의 비트코인 채굴 단속도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채굴이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독립운동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빨리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신장의 비트코인 채굴을 눈감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지 투자자들 "2017년만 할까"
2017년 이미 된서리를 맞은 중국 암호화폐 투자자들도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7년 암호화폐 상승장에 암호화폐 거래소, 암호화폐공개(ICO) 등에 대한 전면 금지 조치에 들어갔다.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2017년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전면 금지 조치 이전, 중국 투자자들이 전 세계 비트코인 유통량의 7% 상당을 보유하고 거래량의 80%에 기여하고 있었다.
암호화폐 거래 활동이 금지된 이후 공식 수치는 확인할 수 없게 됐지만 중국 투자자들은 중국 OTC 플랫폼과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한 해외 거래소 사용을 통해 여전히 암호화폐 시장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17년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해 최근 급락장에 1100만 달러 손실을 입었다고 밝힌 상하이의 한 부동산 업자(35)는 "최근 손실과 단속 조치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손실분은 몇 달 동안 거둔 수익만 반납한 것"이라면서 "비트코인의 10년에서 20년까지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