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투자자와 헤지펀드 공매도 세력 간의 전쟁에서 기관 편향적 조치를 취했던 미국 모바일 주식·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Robinhood)가 암호화폐 입출금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로빈후드는 2021년 2월 16일(이하 현지시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암호화폐 입출금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로빈후드는 "암호화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도지코인을 포함해 암호화폐의 예치와 인출 기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객이 매입·보유한 암호화폐는 로빈후드 자체 월렛에 보관된다.
로빈후드는 "모든 암호화폐에 대한 입출금 기능을 작업하고 있다"면서 "주요 암호화폐 플랫폼으로서 체계적이고 객관적이며 원칙에 기반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운영 상의 보안과 고객 보호 차원에서 월렛 주소와 자세한 운영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구체적인 지원 내용과 일정도 공개하지 않았다.
개인투자자가 가장 선호하는 주식 앱 로빈후드
로빈후드는 2013년 출시된 미국 주식거래 앱이다. 수수료 없는 거래와 편리한 사용자 환경을 통해 젊은 투자자를 모으며 크게 성장했다. 코로나19 확산에 2020년 1분기 300만 개의 신규 계정이 개설됐다. 2020년 5월 기준 전체 이용자는 1300만 명이며 평균 연령은 31세다.
2018년 2월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출시했다. 미국 5개 주에서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지원을 시작해 2021년 2월 현재 47개 주에서 비트코인캐시(BCH), 비트코인SV(BSV), 이더리움클래식(EC), 라이트코인(LTC), 도지코인(DOGE)까지 총 7종을 지원하고 있다. 기타 암호화폐 10종에 대한 정보와 가격 변동 데이터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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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 암호화폐 사업 확대…개미투자자 달래기?
로빈후드의 암호화폐 서비스 확대 결정은 '게임스톱' 사태로 중앙화된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게임스톱 사태는 게임스톱 주가 하락을 조장하는 공매도 세력에 대항해 개미들이 주식을 대거 매입해 주가를 끌어 올린 사건을 말한다.
로빈후드는 게임스톱 사태에 폭등한 일부 종목의 매수를 임의 차단하며 공매도 세력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움직임을 취했다. 로빈후드는 이용자의 주식매매 정보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관투자자와 헤지펀드이 주 고객이며 일부 고객과 투자 관계를 맺고 있다고 알려졌다.
게임스톱 사태가 암호화폐 시장에 옮겨 붙었던 1월 28일 도지코인은 하루 800% 이상 급등했다. 과열 조짐이 보이자 로빈후드는 암호화폐 즉시 매수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가 일주일만인 2월 5일 서비스를 재개했다.
로빈후드는 거래 차단 조치가 주가 폭등으로 인한 증거금 상향 부담 때문에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거대 자본의 압력 때문에 개미투자자의 손발을 묶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로빈후드를 상대로 투자자 집단소송만 33건이 제기됐고 의회 청문회도 진행될 예정이다.
로빈후드는 거래 제한 조치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 경기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로빈후드를 통해 투자하는 TV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로빈후드, 도지코인 세계 최대 보유자?
로빈후드는 도지코인의 세계 최대 보유자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2021년 2월 1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Elliptic)의 공동 설립자 톰 로빈슨(Tom Robinson)은 도지코인 유통량의 29%를 점유하고 있는 대형 월렛이 거의 틀림없이 로빈후드의 소유라고 밝혔다. 해당 월렛은 2018년 6월 생성됐고 로빈후드는 2018년 7월부터 도지코인 거래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해당 월렛을 지목하며 "도지코인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집중"이라며 처분을 촉구했다. 2월 8일에는 "로빈후드가 도지코인의 최대 보유자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로빈후드는 도지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입출금 지원 계획을 밝히면서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고 있으며 기업의 이익을 위해 고객의 암호화폐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