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된 보고서를 통해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했고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량을 구입할 때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은 2040년까지 2100만개로 채굴량이 확정되어 있다. 희소성이 있는 자산으로 볼 수 있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에 비유하기도 한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투자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 알아보자. 다른 기업들도 테슬라처럼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전략을 실행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현금가치 하락 헤지를 위한 선택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양적완화로 달러 통화량이 증가하여 현금가치의 하락을 헤지(위험회피)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 최고경영자였던 모하메드 엘 엘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은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수에 대해 투자자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화폐가 미래가치 저장소와 결제 수단의 역할을 확실히 하게 되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1년 2월 8일 JP모건은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여전히 높아 테슬라의 전략을 따르는 기업들이 많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했다. 일반적인 기업들의 재무 담당자가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감수하면서 비트코인 매수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 재무 포트폴리오는 수익률이 낮더라도 안정적이고 단기 고정수익이 보장되는 은행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단기채권으로 구성하고 연간 가격변동률이 1%를 수준인데 큰 폭으로 오를 수도 있지만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자산에 투자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주의분산을 위한 수단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한 마이클 버리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수가 중국 당국의 규제 이슈가 발생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주의를 분산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2월 8일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은 테슬라를 대상으로 법규 준수와 내부 관리 강화에 대한 강한 비판을 했다.
자신이 테슬라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레딧(Reddit) 사용자가 2020년 1월에 이미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구매한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딧 게시글에 테슬라가 8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신이 캘리포니아 테슬라의 연구개발(R&D)에서 일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며 “지난 72시간 동안 우리 회사는 평균 3만3142달러에 2만4701개의 비트코인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미 1월에 레딧에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구매한 사실이 올라왔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분산을 위한 수단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을 위한 포석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수가 단순투자를 넘어 테슬라가 플랫폼 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집행된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뿐만 아니라 스타링크 사업을 진행하며 플랫폼 기업으로의 진출을 선언했다며 테슬라가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려는 과정에서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비트코인 활용을 염두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스페이스X의 위성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다.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이라면 비트코인 자체를 매수하는 것보다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더 집중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의 금융, 결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가능성
로이터통신은 2020년 2월 9일(현지시간) 테슬라가 제3의 중개업체를 통해 테슬라 차량 구매자들이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2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중개업체를 활용하는 것이다. 고객이 자신의 전자지갑에서 비트코인을 제3의 결제기관으로 보내서 달러로 전환한 뒤 테슬라 차를 사는 방식이다. AT&T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비트페이'를 중개업체로 활용하여 비트코인 대금 결제를 하고 있다.
테슬라가 중개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 투자에 의욕을 보이지만 테슬라가 비트코인 결제 인프라를 구축할 기술적 전문성을 갖추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하더라도 초기에는 중개업체를 활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테슬라가 쏘아 올린 작은 해프닝, 여전히 변동성 높은 비트코인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수에 대한 몇 가지 관점은 모두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테슬라 사업의 본질과는 관련이 없다는 말이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은 달러가치 하락을 대비하는 헤지 수단인 동시에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의 투자 성향에 따른 위험 자산 투자의 수단일 뿐이다.
비트코인을 자동차 구매의 결제수단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은 테슬라가 직접 나서서 하지 않아도 된다. 판매망에서 알아서 판단해도 될 일이며 테슬라 본사가 직접 비트코인으로 차량 구매와 관련한 결제에 관여하지도 않을 것이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수는 비트코인이 여전히 외부 변수에 한없이 흔들리는 높은 변동성을 보여준 해프닝에 불과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본질적 가치는 없고 희소성의 가치밖에 없는 비트코인에 대한 가치가 시장에서 지나치게 과장된 것은 아닐까? 기존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열망이 만들어낸 과열은 아닐까?
비트코인은 앞으로 각국의 디지털 화폐 정책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암호화폐다. 각국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방향을 확정하고 관련 정책을 세울 때 비트코인을 금융 제도권에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지 예측해 보면 비트코인이 어느정도 위험자산인지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