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까지 강력한 상승세를 보였던 비트코인이 하락 국면을 맞았다. 새 미국 정부가 시장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관 투자자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채굴자들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10월 이후 처음 대량 매각에 나섰지만, 이를 흡수할 수요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암호화폐 상승장을 이끌었던 기관 투자자들이 새 정부의 입장이 확인될 때까지 매입을 중단하고 시장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비트코인은 지난 8일 4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토큰포스트마켓에 따르면 27일 오전 11시 30분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0.8% 내린 3만222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채굴자 대량 매각
채굴자 비트코인 처분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비트코인 채굴자 포지션 인덱스'는 지난주 8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온체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CryptoQuant)에 따르면 해당 인덱스는 '2.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채굴자들 대부분이 매각을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블록필스 기관거래 부문 수석인 네일 판 후이스는 "근래 들어 처음으로 채굴자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보유한 비트코인 상당량을 처분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너 배 오른 가격에 비트코인을 털어내고, 현금을 새 채굴장비에 투입하는 것은 채굴자들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입 수요는 부족
이처럼 채굴자는 비트코인 매도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를 흡수할 매도세, 특히 기관 수요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코인베이스의 비트코인 가격(달러 거래)과 바이낸스의 비트코인 가격(USDT로 거래) 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코인베이스프리미엄'에서도 기관 매입세 둔화가 확인됐다.
프리미엄이 50달러를 넘으면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이 더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것이고, 미국 고래 및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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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주 비트코인이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코인베이스프리미엄'은 50달러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에 예치된 스테이블코인 물량도 사상 최고 기록을 보였다. 달러 현물을 활용하는 기관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거래가 익숙한 암호화폐 헤지펀드 등 관련 산업이 자체적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상승장을 주도한 현재 기관들은 매입을 잠시 중단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암호화폐 정책과 규제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시장을 지켜보는 상황이다.
최근 재닛 옐런 신임 재무장관이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해 시장 제재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매도세를 촉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달러 현물 유입이 없으면 시장이 더 이상 상승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놨다.
앞서, JP모건 애널리스트들도 기관금 투자 상품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의 자금 유입이 둔화됐다며, 비트코인 4만 달러 회복이 어렵다고 전망한 바 있다.
반면에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가이 허시 이토로 미국 총괄은 "과도한 규제나 전면 금지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 암호화폐 시장에 새로운 기관 투자자 유입이 있을 것"라고 밝혔다.
스위스쿼트(Swissquote)의 디지털자산수석 크리스 토머스는 "3만 달러 정도를 지지선으로 본다"면서 "투기성이 심한 매도자가 아니라면 이 정도 수준에서 매각을 진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