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크립토뉴스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입장을 전면 수정하며 본격적인 정책 전환에 나섰다. 파키스탄 ‘크립토 위원회(Crypto Council)’의 CEO 빌랄 빈 사키브(Bilal Bin Saqib)는 3월 21일 열린 첫 회의에서 “국가의 잉여 전력을 활용해 비트코인(BTC) 채굴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이를 통해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유치하고 파키스탄을 블록체인 혁신 허브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파키스탄 중앙은행 총재, 증권거래위원회(SECP) 위원장, 연방 IT부 차관 등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국가 차원의 블록체인 전략을 논의했다. 무함마드 아우랑제브 상원의원은 “이번 회의는 우리 경제의 디지털 전환을 여는 첫 장”이라며 “청년 세대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파키스탄을 글로벌 기술 선도국으로 만들기 위한 투명한 금융 생태계 구축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는 불과 1~2년 전까지 암호화폐를 철저히 금지하던 정부의 입장과 대조된다. 2023년까지만 해도 파이낸스 차관 아이샤 파샤는 “파키스탄에서는 암호화폐가 절대 합법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자금세탁방지(FATF) 우려를 이유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2024년 11월, 미국 대선과 동시에 파키스탄은 암호화폐를 공식 결제 수단으로 규제하겠다고 발표하며 방향을 바꾸었다.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미국의 친암호화폐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2025년 1월 디지털 자산 실무그룹을 창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를 금지한 데 이어, 미국 기업이 개발한 디지털 자산을 국가 전략 보유 자산으로 지정하는 지침을 내렸다.
파키스탄 재무부는 현재 국가 단위의 ‘크립토 위원회’를 설립해 암호화폐 관련 규제 및 산업 육성 전략을 수립 중이다. 지난달에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 블록체인 투자자 대표단과 회담을 진행했으며, 이 자리에는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젠트리 비치 주니어를 비롯해 테크 기업가 니키타 골드스미스, 블록체인 컨설턴트 알렉스 말코프, 코스믹 와이어 CEO 제라드 핀크 등이 참여했다.
과거 파키스탄 중앙은행과 재무부는 암호화폐의 금융 리스크와 규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도입을 거부해왔지만, 이제는 블록체인 기술의 경제적 잠재력에 주목하며 입장을 바꾸고 있다. 향후 국가 차원의 과세 정책, 거래소 규제, 채굴 산업 정책 등이 구체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