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 앨리스 앤드 밥(Alice & Bob)이 ‘캣 큐비트(cat qubit)’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양자 오류율을 최대 160배까지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스퀴징(squeezing)’ 기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캣 큐비트는 슈뢰딩거의 고양이(Shrodinger’s cat) 사고 실험에서 착안한 개념으로, 기존 초전도 큐비트보다 더 높은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 전통적인 큐비트는 0과 1의 상태 또는 두 상태가 공존하는 ‘중첩(superposition)’ 상태를 유지하지만, 외부 환경의 미세한 변화에도 쉽게 영향을 받아 오류를 일으키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 캣 큐비트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보다 강한 내성을 제공해 안정적인 상태 유지가 가능하다.
이번에 개발된 ‘스퀴징’ 기법은 캣 큐비트의 양자 상태를 특정 방향으로 압축해 오류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앨리스 앤드 밥은 동일한 칩에서 기존 캣 큐비트보다 최대 160배 낮은 비트 플립(bit-flip) 오류율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비트 플립 오류율이란, 큐비트가 외부 요인에 의해 원하지 않는 상태로 바뀌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큐비트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은 광자(photons)를 추가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오류인 ‘위상 플립(phase-flip)’ 오류를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 반면, 스퀴징 기법은 추가적인 광자 주입 없이 큐비트의 상태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비트 플립 및 위상 플립 오류 간의 균형을 효과적으로 유지한다.
앨리스 앤드 밥의 수석 연구원 아닐 무라니(Anil Murani)는 “스퀴징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보다 훨씬 적은 자원을 사용하면서도 높은 정확도의 큐비트를 구현할 수 있다”며 “이 기법을 통해 양자 오류 보정을 위한 요구사항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실험에서도 성과가 입증됐다. 기존 캣 큐비트는 평균 4.9개의 광자를 사용할 경우 138밀리초(ms) 동안 비트 플립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퀴징 기법을 적용한 경우, 단 4.1개의 광자만으로도 비트 플립 오류율을 현저히 낮추며 22초 이상의 지속 시간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최첨단 초전도 큐비트 기술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레이파엘 레스칸느(Raphael Lescanne) 공동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번 연구는 추가적인 회로 변경 없이도 큐비트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논리적 오류율이 낮은 양자 컴퓨터를 더욱 경제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스퀴징 기법은 특정 양자 연산에서 발생하는 ‘Z-게이트 오류율’ 역시 50% 이상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양자 연산의 정확성을 높이고, 향후 다중 큐비트 연산에서도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개량된 캣 큐비트 기술이 ‘완전 오류보정(fully fault-tolerant) 양자 컴퓨팅’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기존보다 낮은 비용과 높은 성능을 확보한 만큼, 화학 시뮬레이션, 신소재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 활용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