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버블 붕괴 25주년, AI 시장은 같은 길을 걸을까?
2000년 3월 10일, 나스닥 지수는 5,048.62포인트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닷컴 스타트업들이 연이어 IPO를 진행하며 천문학적인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불과 몇 주 만에 시장은 급격히 하락했다. 결국 나스닥은 최고점 대비 75% 이상 하락하며 약 5조 달러(약 7,300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25년이 지난 현재, AI 관련 주식이 급등하며 시장에서는 또다시 거품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AI 붐이 닷컴버블과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다시 한 번 투기적 광기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AI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주요 기업들이 여전히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닷컴 붐 당시 대부분의 기술 기업이 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것과는 달리, 오늘날 오픈AI, 안트로픽과 같은 AI 선도 기업들은 민간 투자 시장에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며 기업 공개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고 있다.
또한, AI 산업의 성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FT), 알파벳(GOOGL), 엔비디아(NVDA)와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2000년대 닷컴 기업들이 대부분 수익 모델이 불확실한 신생 스타트업들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들 대기업은 안정적인 수익원과 재무적 여력을 바탕으로 시장 충격을 견딜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딥워터 자산운용의 진 먼스터는 AI 시장의 호황이 향후 2년가량 지속될 수 있지만, 결국 닷컴버블과 같은 방식으로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AI 시장이 ‘광기’ 상태로 향하고 있으며, 2027년경에는 시장이 한계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먼스터는 "AI 기술의 실제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입증되겠지만, 그 전에 거품이 먼저 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 역사학자 마 힉스는 투자자들이 과거 기술 버블의 부정적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닷컴버블 붕괴 이후 프라이버시 침해, 노동시장 변화 등의 문제들이 장기적으로 지속되었으며, 오늘날 AI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시장이 과거 닷컴버블과 동일한 길을 걸을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거품 논란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