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와 엑스(X)가 독일 연방 선거를 앞두고 반이슬람 및 반유대주의적 혐오 발언이 담긴 광고를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영리 단체 에코(Eko)의 연구에 따르면, 두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광고 심사 시스템이 인종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메시지를 포함한 광고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연구진은 독일 주요 소수자 집단을 겨냥한 혐오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테스트 목적으로 제출했으며, 메타와 엑스가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엑스는 연구진이 제출한 모든 광고를 승인했으며, 메타도 절반에 해당하는 다섯 개의 광고를 검토 후 승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승인된 광고에는 이슬람 난민을 '바이러스' 또는 '해충'에 비유하는 표현과 유대인을 겨냥한 혐오적 메시지가 포함돼 있었다. 특히,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이미지가 포함된 광고도 승인됐으며, 이는 메타가 공공 문제 관련 광고에서 AI 생성 콘텐츠를 명확히 표시하도록 요구하는 정책을 위반한 것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엑스는 승인된 광고 가운데 좌파 정당이 '무슬림 난민 6천만 명을 받아들이려 한다'는 거짓 주장을 포함한 메시지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난민을 '해충'으로 묘사하거나 유럽 산업을 파괴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반유대주의적 음모론도 광고 형태로 출현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준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이미 메타와 엑스의 DSA 위반 가능성을 조사 중이며, 위반이 확인될 경우 글로벌 연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에코 측은 "메타와 엑스가 자발적으로 플랫폼을 정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무의미하다"며 "규제 당국이 강력한 대응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의 빅테크 규제를 완화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정치적 압박이 EU의 집행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선거 전 긴급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