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언급한 밈코인 리브라(LIBRA) 스캔들이 확산되면서, 한때 유망했던 암호화폐 규제 도입 가능성이 위기에 처했다.
2023년 말 친(親) 암호화폐 성향을 보이며 당선된 밀레이 대통령의 등장으로 아르헨티나 암호화폐 업계는 새로운 규제 정책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리브라 스캔들 이후 그러한 희망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 논의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오히려 암호화폐가 정치적으로 ‘위험 요소’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캔들은 밀레이 대통령이 지난 2월 14일 소셜미디어 ‘X’에 리브라를 언급하면서 발생했다. 해당 게시물이 올라간 직후 리브라의 가격이 급등했지만, 곧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은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일부에서는 그가 의도적으로 가격을 띄운 후 ‘러그풀’ 사기를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약 1억 달러(약 1,440억 원) 규모의 자금이 증발한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야권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의회 내 지지 부족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밀레이 정부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으며,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트코인 아르헨티나의 창립자인 로돌포 안드라그네스는 “이번 사건으로 암호화폐 산업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앞으로 암호화폐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를 꺼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그는 국가 증권위원회(CNV) 등 금융 규제 기관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규제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법원은 밀레이 대통령의 리브라 관련 행보에 대한 정식 조사를 시작했으며, 마리아 세르비니 판사가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당분간 암호화폐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르헨티나는 그동안 높은 인플레이션과 외환 문제 등으로 인해 암호화폐 채택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번 스캔들은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 가능성을 낮추며, 시장의 신뢰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