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신중한 입장 재확인

가상자산 변동성 및 제도 정비 필요성 강조… 국내 도입 시점 불투명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에 대해 기존의 신중한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의 변동성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2단계 가상자산법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사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및 제도권 편입이 계속해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3일 열린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 브리핑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와 관련해 기존에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혀왔다”며 “가상자산의 위험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인 가상자산 시장 참여 확대… ETF 도입은 ‘중장기 과제’
금융위는 이날 가상자산위원회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부터 비영리법인(지정 기부금 단체, 대학 등)은 법인 실명계좌 발급이 가능해진다. 또한, 가상자산거래소는 보유한 코인을 현금화해 인건비 및 세금 납부 등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그러나 금융위는 금융사의 가상자산 시장 직접 참여 및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김 부위원장은 “가상자산 관련 규율을 명확히 하고 ‘2단계 가상자산법’ 등 논의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법안 논의가 일정 수준 이상 진전된 후에야 본격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 홍콩, 캐나다 등에서는 가상자산 현물 ETF가 출시된 상태다. 그러나 금융위는 “영국과 일본은 아직 도입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시장 접근성 vs. 안정성…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두고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디센트 법률사무소의 홍푸른 대표 변호사는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은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제도권 내 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면서도 “금융당국이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규율 정비가 충분히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제도 미비를 이유로 도입을 계속 미루는 것은 국내 시장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점도 인정했다. 홍 변호사는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크고, 기존 금융시장과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금융당국의 조심스러운 접근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시장 제도 정비, 언제쯤 마무리될까
이번 금융위 발표에 따라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과 금융사의 시장 참여는 당분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는 향후 ‘2단계 가상자산법’ 논의를 통해 시장 규율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라 점진적인 제도 정비를 추진할 방침이다.

김 부위원장은 “로드맵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및 금융감독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등과 협력해 후속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시장과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도 정비와 신중한 접근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