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관계자들 "트럼프 관세 정책에 물가 불확실성 커져...금리인하 속도 조절해야"

미국 관세 계획이 물가 상승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들이 경고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연준 관계자 3명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물가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이고 있다면서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25%), 중국(10%)에 대한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며 시장을 흔들었다.

캐나다·멕시코는 관세 시행 직전 국경 및 마약 밀매에 대한 단속을 약속하며 30일의 유예 기간을 확보했다.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는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트럼프는 유럽연합 등 다른 교역 상대국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준) 총재는 CNBC에 "주말 동안 나온 광범위한 관세 조치는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같이 전방위적인 관세는 최종 소비재뿐 아니라 다양한 중간재 물가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대형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근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관세 영향의 규모나 지속 기간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연준이 관세 영향에 따른 일시적인 물가 상승을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준 총재는 같은 날 마켓플레이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영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금리인하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이미 물가 안정을 이룬 만큼 내년까지 상당한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날 굴스비 총재는 "물가가 다시 상승할 위험이 있다"면서 "이제 금리를 얼마나 빠르게 내릴 것인지 더욱 신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는 기업들이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에 전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물가 상승 우려를 전했다.

그는 "이러한 비용 전가가 결국 큰 물가 상승을 유발할지는 실제 전개 상황에 달려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가 물가 기대심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연준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번 관세 정책이 실제 시행될 경우 미국 가구당 연간 1200달러(약 16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ING의 수석 국제 경제학자 제임스 나이틀리는 "관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고 실물 상품 소비 비중이 높은 가구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관세는 사실상 미국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1%p 금리를 인하했던 연준은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며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시사했다. 다만, 새 정부 출범이 가져올 변화와 영향에 대해서는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통화정책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관세와 관련 정책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경제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콜린스 연준 총재도 CNBC에서 "현재 통화정책은 적절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지만 신중한 정책 운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책 정상화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면서 "현재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급하게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보스틱 총재는 "현재 불확실성이 상당하다"며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여러 요인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금융시장은 연준이 6월까지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과 5월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은 86.5%, 60.06%로 나타나고 있다. 6월 0.25%p의 금리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78.8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