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1월 소비자 물가가 전반적으로 전망치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극적 개선을 나타내진 않았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미국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변동 추이를 측정한 지수로, 미 연준이 통화 정책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핵심 물가지표다.
12일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10월 CPI는 전년 대비 3.1%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직전월 3.2% 대비 0.1%p 내렸다.
전월 대비 CPI는 0.1% 상승하며 직전월 기록과 전망치 0.0%를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해 더 장기적인 방향성을 가리키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4.0% 상승했다. 10월 기록 및 예상치와 일치하는 수준으로, 2021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근원 CPI도 예상치에 부합하며 0.3% 상승했다. 직전월 기록 0.2%에서 0.1%p 올랐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2.9%,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직전월 기록 3.2%, 0.3%에서 더 둔화했다.
에너지 물가는 전년 대비 5.4%, 전월 대비 2.3% 하락했다. 직전월에는 각각 4.5%, 2.5% 하락했다.
휘발류 물가는 전년 대비 8.9%, 전월 대비 6.0% 내리며 직전월 기록 5.3%, 5.0%에서 하락폭을 확대했다.
신차 물가는 전년 대비 1.3% 올라 직전월 1.9% 대비 상승 속도를 늦췄다. 전월 대비 물가는 직전월과 같은 0.1% 하락 움직임을 보였다.
중고차 물가는 전년 대비 3.8% 하락했다. 직전월 기록 7.1% 대비 하락폭을 좁혔다. 직전월 0.8% 하락했던 전월 대비 기록은 1.6% 상승했다.
CPI 가중치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년 대비 6.5% 상승했다. 10월 6.7%에서 0.2%p 내렸다. 전월 대비 기록은 직전월 0.3%에서 0.4%로 소폭 상승했다.
교통비는 직전월 9.2%에서 10.1%로 상승폭을 확대했다. 전월 대비로도 1.1% 오르며 직전월 0.8%를 웃돌았다.
◇ 극적 변화 없다...시장 관망세 지속
CPI 발표 전 오름세를 보였던 3대 지수는 움직임을 둔화했다. 다우 지수 선물, 나스닥 지수 선물은 각각 0.17%, 0.09%로 상승폭을 좁혔고, S&P500 지수 선물는 0.01%의 하락세로 전환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큰 변동 없이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토큰포스트마켓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0.59% 내린 4만1793달러, 이더리움은 0.52% 내린 2222.54달러에 거래됐다.
이달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은 유지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FOMC 회의에서 금리 동결 전망은 발표 전 98.4%에서 발표 후 98.5%로 소폭 상승했다. 첫 금리 인하 시기는 내년 5월(50.2%)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기준 금리는 현재 22년 최고 수준인 5.25-5.50%이다.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11회 금리를 인상했으며 6월, 9월, 11월에는 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CPI 결과에 대한 상반된 진단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데이터가 물가 되돌림 가능성을 시사하며 연준의 금리 인상 의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가가 개선됐지만 연준이 금리 결정, 성명, 점도표 등에서 매파적인 기조를 유지할 만한 물가 압력이 남아있으며, 여전히 강한 고용 시장이 소비자 지출과 경제 전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에릭 로젠그렌 전 보스턴 연은 총재는 "2%로 물가를 되돌리는 문제는 주로 서비스에 달려있다"면서 "시장이 예상하는 것 만큼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상품 물가는 0에 가까워졌지만 서비스 물가는 6.5%, 교통 물가는 10.1%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타델 증권의 알리셔 쿠사이노프도 "예상대로 미국 물가는 특히 서비스 부문에서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상품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임금에 민감한 서비스 물가는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프린시플 자산운영사 수석 글로벌 전략가 시마 샤는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를 조금 가라앉힌 데이터"라고 평했다. 그는 "고용 시장이 여전히 견고한 상황에서 시장의 통화 정책 완화 기대를 확정해주거나 정당화하기에 충분한 물가 감속은 아니었다"고 진단했다.
반면, 지속적인 물가 개선을 낙관하는 견해도 나왔다.
리처드 월퀴스트 미국인력협회장은 "이번 CPI 보고서는 금리 인상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면서 "물가가 느리지만 둔화되고 있고, 고용 시장도 유연해지고 있는 만큼 연준은 데이터에 따른 신중한 정책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애나 웡과 스튜어트 폴은 "장기적인 데이터는 연준이 지난 6개월 간 진전을 이뤘음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몇 달간 휘발유와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면서 단기 물가상승률 기대감도 급격히 낮아졌다"면서 "기본적으로 내년 3월 금리 인하 시작 전망을 지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