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편에서... [심층기획] 천문학적 리퍼럴 수익…"왕서방" 권좌 앉은 인플루언서
거래소와 수수료를 배분하는 리퍼럴(레퍼럴, referral: 소개, 추천) 파트너십의 대상은 비단 인플루언서만이 아니다. 거래소에서는 리퍼럴 파트너 대상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회원유치만 가능하면 누구와도 손을 잡는다.
리퍼럴은 파트너를 통해 가입한 투자자의 거래 수수료 중 일부를 추천인에게 돌려주는 영업방식이다. 신규 투자자에게서 발생된 수수료를 파트너와 나눌 뿐, 기존 수수료는 유지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거래소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볼 게 없는 장사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지금은 파산했지만 한 때 최정상을 넘봤던 FTX거래소의 급성장에 리퍼럴 마케팅이 견인했다는 사실로 볼 때 이미 가상자산 거래소에선 흔하게 사용되는, 이미 검증된 기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해외 거래소의 국내 영업이 법적으로 중단됐음에도 거래소에선 정규직 혹은 프리랜서 계약을 통해 BD(Business Development, 사업개발부)를 유지하고 있고, 이들의 주 업무는 리퍼럴 파트너십을 구축이다. OKX, HTX, 바이비트, 비트겟 등 최상위권 거래소는 물론 20~50위권 거래소에서도 이 기법으로 회원을 늘려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유사투자자문(이하 유투) 업체가 신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로 가상자산을 편입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됐다. 회원에게 주식 등 금융상품을 추천하거나 교육자료 등을 발행하는 대가를 받던 유투사에게 회원유치는 말 그대로 전문분야. 회원거래가 늘어날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리퍼럴 계약은 이들에겐 그야말로 신세계다.
한 해외 거래소 BD는 "해외 거래소에게 유투업체는 주요 리퍼럴 파트너 중 하나로 인식된다"라며 "규모와 능력에 따라 커미션 지급 비율은 상이하지만, 보편적으로 대형 유투업체의 경우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계약한다"고 전했다.
□ 수수료 높이는 데 "총력"
애석하지만 유투사 회원은 자신의 수수료가 유투사 매출로 돌아간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다. 물론 이 사실이 회원에게 주는 상실감이 클 것이고, 회사에 대한 배신감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회원이 수수료 커미션을 발생시키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에선 고객 수익률이 무의미하다. 수익률 향상을 위한 위험관리보다 오히려 거래량을 늘리는 게 매출에 도움이 될 뿐이다.
회원의 거래로 발생하는 수수료 중 유투사 몫은 거래소와의 계약에 따라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80%에 달한다. 유투사는 수익금 중 30% 정도를 인센티브 명목으로 영업자에게 배분하고, 이를 뺀 나머지를 모두 취한다. 고객이 큰 액수로 더 자주 거래할수록 영업자와 유투사의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라 수수료가 많이 발생되는 고배율 배팅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덧붙여, 회원에게 '투자전문가'로 소개되는 이들 또한 대부분 실제 전문가가 아닌 영업직에 불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투사에서 전문가로 포장되는 사람 대부분은 영업직"이라며 "그들과 회사는 애초에 고객 수익률을 높이는 덴 전혀 관심이 없고, 수수료를 높이는 게 목표일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수수료가 발생해야 리퍼럴 커미션을 받고, 그래야 인센티브를 챙긴다"면서 "인센티브 지급 지표를 수수료로 책정한다는 의미는 비즈니스 목표가 거기(수수료 발생)에 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투사 직원의 평균 연령이 매우 어리고, 큰 돈을 벌어보려는 목적이 강하다 보니 어쩌면 이 같은 상황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오랫동안 유투업계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했던 청개구리투자클럽(이하 청투) 역시 해외 거래소와 리퍼럴 매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08년부터 '청개구리주식리딩'을 운영해온 청투는 엔더블유홀딩스(대표 남성욱)와 청개구리투자클럽(대표 정규호) 두 곳의 법인에서 운영 중이다. 각각 14년과 17년에 유사투자자문업 신고를 했고, 오랜 회원유치 영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코인업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청투는 22년말 후오비(현 HTX거래소)와 리퍼럴 파트너십을 맺고, 가상자산 업계에 입문했다. 리퍼럴 파트너로서 첫 발을 디딘 청투는 파격적으로 기존 매출 창구였던 가입비와 회비를 없앴다. 정보제공 대가를 리퍼럴 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는 구조였기에 가능한 일.
회원 확보를 위해 주요매출원까지 포기한 청투는 ▲1억원 지원 이벤트 ▲코인실전투자대회 개최 등 공격적 프로모션으로 빠르게 시세를 확장했다. 청투는 당시 코인 선물투자에 대해 ▲상승장·하락장 양방향 배팅이 가능하고 ▲24시간 매매가 가능하고 ▲짧은 손절가 제시로 리스크 관리가 용이하고 ▲최대 200배 레버리지를 지원한다는 점을 장점으로 제시하며 회원을 유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료회원 유치는 유료회원 유치에 비해 난이도가 훨씬 낮다"면서도 "이들의 거래로 발생된 커미션이 충분이 커서 비전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오비와 리퍼럴 계약을 맺으면서 청투가 챙겼던 수수료는 6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투의 고위 임원은 영업직에게 "최대한 회전율 많이 나오게 매매해야 한다" "수수료 장사니까" "(회원이) 손절하더라도 매매해야 한다" 등 수수료 발생에 집중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최근엔 okx로 거래소를 옮겼고, 무료회원뿐만 아니라 유료회원도 모집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투와 협약을 맺고 가상자산 분야를 무료 리딩하는 '코인리더'로 활동 중인데, 여기서 코인 선물에 관심을 보이는 회원을 유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청투 트레이더(전문가) 역시 대부분 영업직"이라며 "이들은 회원이 큰 손실을 입었을 때 업셀링(추가 차입)을 유도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청투의 채용공고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다. 코인트레이더채용 공고인데 "2주간 체계적인 영업 교육" "영업 노하우 전수" "영업 전문인력 다수 배치" "녹취콜 제공" "매출발생 시 인센티브" "코인매출 30% 지급" 등 영업직 모집에 필요할 법한 정보만 명시돼 있다. 특히 "주식/코인을 몰라도 억대연봉 가능합니다!"라는 워딩은 회원에게 대못을 박기에 충분해 보인다.
□ TM, SNS 등 회원 유치 채널 다각화
여느 유투사와 마찬가지로 청투의 주요 회원 모집 방식은 텔레마케팅(TM)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SNS 무료리딩방을 운영하면서 회원유치 채널을 다각화하고 있다.
기존에 손실을 봤던 투자자에게는 "더 우수한 전문가가 리딩하는 새로운 기회를 주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도 하는데, 역설적으로 이 방식이 꽤나 잘 먹히고 있다는 게 업계 발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투사에선 많은 고객DB를 확보하고 있으며, 그들의 과거 이력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다"며 "확보된 DB로 고객에 연락하고 고객별 맞춤 케이스 별로 짜여진 스크립트(대본)를 활용해 고객을 유치한다"고 설명했다.
토큰포스트에서 입수한 청투의 고객유치용 스크립트는 큰 맥락은 비슷하면서도 ▲구 DB ▲카톡방 인입 ▲렌탈 원콜 ▲유튜브 등 고객별로 세분화해 맞춤형으로 구성했다. 스크립트에는 "삼성전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청개구리 전문가가 한달에 3% 수익을 못내겠냐?" 등 회원이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힘들거나 혹할 만한 내용이 담겨있다.
지속적으로 비슷한 말을 반복하면서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될만한 대목도 눈에 띄었다.
유사투자자문업체는 금융회사가 아니다. 그래서 금감원의 검사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등 진입요건과 감독·검사가 수월한 편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발행·송신되는 간행물·출판물·통신물 또는 방송 등을 통해 일정한 대가를 받고 행하는 투자조언하는 행위가 이들이 할 수 있는 행위다.
최근에는 금감원이 경찰과 공조해 '주식리딩방' 등에서 행해지는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코인시장에 대한 유투사의 행위는 전혀 손보지 않고 있다.
코인이 자본시장법 상 규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도 해외거래소의 리퍼럴 마케팅에는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규제할 법도 기관도 없는 상황 속에 손해를 보는 선량한 사용자만 늘어날 뿐이다.
③ 편에서 계속…
① 편에서... [심층기획] 천문학적 리퍼럴 수익…"왕서방" 권좌 앉은 인플루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