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리사 토레스 뉴욕 남부지방법원판사가 리플(XRP) 매도 방식을 기준으로 증권성 여부를 판단한 가운데 위믹스 등 국내서 증권성 논란이 있던 종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토레스 판사는 1933년부터 존재해온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적용해 리플의 투자계약 여부를 판단했으며, 암호화폐 거래소의 프로그램 판매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리플을 판매한 것은 증권법 위반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리플의 거래소와 같은 '기관 대상 판매 행위'에 대해서는 증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소 대상 판매 행위는 하위 테스트의 네 가지 기준인 ▲자금 투자 여부 ▲자금이 공동 사업에 쓰였는지 여부 ▲수익 기대 여부 ▲수익 발생 시 타인의 포함 여부 등에 모두 충족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기관투자자들이 일정 기간 리플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서명한 점 역시 '발행사의 노력으로 향후 토큰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반영됐기 때문에 투자계약증권적 성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기관 대상의 코인·토큰 매매가 미등록 증권 판매법에 저촉된다는 점에 시장은 국내 코인의 증권성도 살펴야 한다는 반응이다.
국내는 내년 '토큰증권' 제도화를 앞두고 있으며, 금융감독원은 기존 암호화폐 증권성 판단 기준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지나치게 엄격해질 경우 무더기 상장폐지가 발생할 수 있고, 지나치게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시장 교통정리와 투자자 보호라는 본래의 목적이 흐려질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이에 시장과 업계는 '합리적인 기대'가 합의됐냐를 중요 쟁점으로 보고 있다. 매수인들이 가격상승을 기대하고 '약속'을 했을 경우 법리적으로 증권계약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앞서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위믹스 증권성 여부 판단을 요청하며 당국에 민원을 넣고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시장은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방관자적 태도를 비판했으며 "거래 규모에 비한 감독이 약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역시 정부에 "위믹스의 증권성을 판단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리플 판결로 위믹스 역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보고있다.
위메이드 역시 "위믹스를 가지고 직접 투자한 사실은 있지만 판매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위메이드가 대량의 위믹스를 하이퍼리즘에 직접 넘기고 테더(USDT)를 지급받은 점과 거래소에 대량 매각한 행위는 증권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우선 당장은 리플과 비슷한 맥락에서 판단될 것으로 보이는게 업계 중론이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물론 리플에 대한 토레스 판사의 판결이 확정이 아니기 때문에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은 궤도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증권이 아니라는 쪽이 우세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 입장을 생각한다면 토큰증권(STO) 발행 시장으로 넣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시장 관계자들은 현재 인도네시아 등과 같이 암호화폐 분야에 대해 국영 거래소를 설립하거나, 완전히 국가 사업으로 가져가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규제 범위 안에서 손쉽게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STO 시장으로 분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위믹스를 STO로 분류할 경우 하위 토큰 프로젝트들은 다 빨려들어가는데, 이렇게 되면 거래소들의 포지션이나 힘이 약해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어느 정도 정치화되고 권력화된 구조를 보이는 시장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법리적 해석은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같은 내용도 다르게 볼 수 있는만큼, 흑백논리로 '증권이다 아니다'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토레스 판사 역시 리플 종목 자체에 대한 증권성이 아니라 매도 방식을 기준으로 이를 구분했다.
관계자는 "결국 똑같은 것을 배당으로 볼지 권리로 볼지의 문제"라며 "정부는 기업이 가이드라인 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세금 확보에 용이한 방안을 추구하고, 이를 위한 규제 마련을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이 큰 흐름이 현재로서는 미국을 따라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위믹스 자체는 증권으로 분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암시했다.
위믹스가 함께 거론됐던 김남국 사태에 대해서는 "거시적으로 국내 암호화폐 시장 내 국회의원 대상 규제 마련의 계기"라고 판단했다. 정책 마련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당사자였던 만큼 윤리적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이 사태를 계기로 규제 공백이 어느 정도 채워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장현국 대표 개인과 관련된 논란은 "기업윤리에 대한 잣대와 '본업'으로 불리는 사업수완의 잣대 속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위메이드가 국제 규모의 대외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고, 블록체인 게임 업계에서 지분을 넓혀가고 있는만큼 윤리적인 측면, 특히 투자자와의 소통 관련된 부분 등에서는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성장해온 본업 능력을 윤리적인 부분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 마련과 준수를 통해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위믹스의 업계 내 입지 확보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여러 대처가 미흡하고 부족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유통량 의혹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움직였고,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개선책을 통한 자정작용을 해나가고 있다"며 "시장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기업으로 본다면 기대해볼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웹3 게입산업의 선두주자로서 해외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점은 큰 이견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으로 평가 받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암호화폐 관련해 제도적 명확성이 구축된다면, 위메이드의 경우에는 현재 논란 중인 상당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도의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영역에 대한 인식이 뚜렷한 편인데, 법이 없는 상황에서 이윤추구가 가장 우선적인 기업들이 이를 완벽히 지키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하지 말아야할 것'에 대한 규제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