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암호화폐를 전면 금지한지 1년 7개월이 지났지만, 다수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중국인 이용자의 암호화폐 거래가 확인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붕괴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채권자 명단에서도 중국 이용자들이 정부의 금지 조치를 우회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관련 파산 문건에 따르면 FTX 이용자의 약 8%가 중국 국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FTX 전체 채권자 수는 900만명 이상으로, 중국 이용자가 약 70만명이라는 뜻이 된다.
암호화폐 규제 전문 로펌 두안앤두안(Duan & Duan) 파트너 잭 딩(Jack Ding)은 FTX에 1000만 달러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중국인 채권자 6명을 대리하고 있으며, 이들이 해외 FTX 이용자 위원회에 소속돼 있다고 밝혔다.
잭 딩은 "중국인의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는 불법이지만 강제하기 어렵다"면서 "거래소의 준법 체계, 중국 여권 소지자를 걸러내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2021년 9월 중국 당국이 암호화폐 금지 조치를 강화한 후 바이낸스, OKX 등 암호화폐 거래소의 계정이 동결된 이용자도 있지만 중국에 거주하면서 신원인증(KYC) 절차를 통과해 거래소를 이용 중인 사례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바이낸스 대변인은 "중국에서 운영되지 않으며 서버나 데이터를 포함한 어떤 기술도 중국에 기반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 금지 조치 이후 바이낸스의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은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중국 감시검열 시스템)에 의해 차단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블룸버그가 중국 이용자에 도미니카 시민권 이용 옵션을 제공한다고 보도했던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 글로벌은 "중국 IP 주소를 통한 플랫폼 접속 및 중국인 신규 가입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글로벌 공공 정책 책임자인 캐롤라인 말콤(Caroline Malcolm)은 "암호화폐 거래 금지는 본질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의 탈중앙 특성과 개인간(P2P) 전송 및 전 세계 플랫폼을 통한 거래 기능 때문에 어떤 정부도 암호화폐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캐롤라인 말콤은 중국의 암호화폐 금지 조치가 실효성이 없거나 느슨하게 시행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지난해 중국에 유입된 월평균 암호화폐 가치는 전년 대비 약 절반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170억 달러(한화 약 22조4650억원)로 상당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
또한 "향후 중국에서 암호화폐 부문을 합법화한다면 암호화폐 수요는 더욱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홍콩이 암호화폐 허브로 부상하기 위해 우호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것에 대해 일각에선 중국이 서서히 지지 입장으로 돌아선 후 내부 금지 조치까지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는 지난 1일 트위터 스페이스를 통한 질의응답 세션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홍콩의 개방적인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다"라면서 "홍콩을 중국 본토 암호화폐 개방의 '시험장'으로 삼은 것은 현명한 조치"라고 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