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시장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미술품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한 작품에 대한 새로운 정보나 매각 일정 등도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투자’가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위는 지난해 음악 저작권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에서 거래되는 상품을 증권으로 처음 인정한 데 이어 한우(스탁키퍼)나 미술품(테사·서울옥션블루·투게더아트·열매컴퍼니) 조각투자와 관련해서도 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미술품 조각 투자 업체 또한 미술품에 대한 소유권과 함께 미술품을 보관·관리·매각·손익배분을 수행하는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팔았다.
그동안 미술품 투자 플랫폼들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소유권(실물)을 사들였기 때문에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테사(TESSA)는 지난 2월 미술품 분할소유권을 유통하는 서비스인 '마켓'을 종료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 및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들 또한 ‘공동 구매와 유통 플랫폼’ 잠정 중단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증권신고서 제출, 관련 서류의 고객 고지, 예치금의 분리 등 투자고객 보호장치 마련에 착수했다.
미술품 조각 투자 사업을 접은 곳도 있다. 피카프로젝트는 지난 2021년 공동 구매를 중단하고 현재는 갤러리 전시회, 대체불가토큰(NFT) 판매 위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당시 피카프로젝트 관계자는 "조각 투자 사업을 이어가면 자본시장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며 "현 정부에서 조각 투자 규제를 강화하는 만큼 명확한 기준이 나올 때까지 사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지는 미술품 조각투자 전망 관련 한국미술협회와 한국화랑협회 등 미술계 단체들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메일로 문의사항을 보내라고 하고 전혀 회신을 받지 못했다.
정작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 활성화 및 작가들의 권익향상에 이바지해야 할 단체들이 전혀 관심도 없고 뚜렷한 지식도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익명의 미대 교수는 "작품 활동 및 강의에만 집중하다 보니 미술품 조각투자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작품을 조각 투자로 판매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술품 토큰증권이 제도권에 편입되더라도 부동산 토큰증권과 달리 검증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본격적인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이 시작되기 전에 관련 업체들이 그간 해소되지 않았던 의혹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고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 아트앤가이드 CI / 열매컴퍼니
◇ ‘아트앤가이드' 3년 연속 흑자...빛 좋은 개살구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열매컴퍼니는 지난해 매출액 288억원, 영업이익 18억4000만원, 당기순이익 16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열매컴퍼니는 지난 2021년부터 침체기에 접어든 미술시장에 새로운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기존의 공동구매를 투자계약증권의 형태로 전환하고, 미술품 가격산정솔루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미술금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빛 좋은 개살구인 모양새다.
투자자들은 “매각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라는 불만이 치솟고 있다.
또한 주식처럼 장투한다고 높은 수익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며 보유 기간은 지나치게 길지만 수익률은 미미한 경우도 있다.
본지가 아트앤가이드의 공동 구매 작품들을 살펴보니 2019년 1월 30일에 공동 구매한 도상봉의 ‘정물’은 지난해 5월 6일 매각돼 1192일이 걸렸다.
정물에 투자한 이들은 수익을 내기까지 3년이 넘게 기다린 셈이다. 가격 상승률은 고작 10%에 그쳤다.
2019년 2월 공동구매한 이우환 ‘선으로 부터’는 2019년 2월 28일에 공동구매를 진행 했지만 2021년 5월 14일 매각됐다. 806일이 걸렸으며 가격상승률은 10.95% 밖에 안됐다.
김환기 ‘산월’이 2018년 10월 30일에 공동구매를 시작해 매각일은 같은해 12월 26일에 매각돼 57일 만에 22.22%가 상승했는데 성공사례는 단 하나에 그쳤다.
아트앤가이드는 미술품의 평균 수익률은 29%이며 평균 보유 기간은 10개월 정도라고 밝혔는데 수익률 평균의 함정이다.
사실상 복불복에 가까운 셈이다.
열매컴퍼니 관계자는 "아트앤 가이드의 평균 수익률은 29% 이며 30%~40% 이상 나는 작품들도 많은데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작품들이 있다"며 "수익률이 낮은 작품에 대해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런 부분은 우리도 인지를 하고 있으며 상승률이 높은 작품 선별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 금융당국에서 승인이 나지 않아 조각투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데 3년 이상 흑자인 것은 기존 조각투자 상품을 매각했고 작가들의 자기자본 투자를 통해 다른 수익모델이 있다"며 "열매컴퍼니는 금융당국 제도권 편입에 환영 하는 입장이며 폐업하는 업체가 많은데 옥석 가리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 shutterstock
◇ 투자자 보호위한 장치 마련 시급...제대로된 가이드 라인 만들어야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의 구비 시한이 다음 달 말로 예정돼 있어 조각투자 업체들이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체들은은 증권사와 협력해 투자계약증권 가격산출방식을 고도화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열매컴퍼니는 SK증권을 계좌관리기관으로 영입했다. 투게더아트는 NH농협은행을 계좌관리기관으로 두고 있으며, NH투자증권과 계좌를 연동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옥션블루는 지분투자자로 들어와 있는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 중 계좌관리기관을 선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보통예금, 정기적금, 금전신탁 등은 예금자보호법을 통해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 대상이지만 금융투자상품, 보험계약 등은 보호하지 않는다.
투자 상품으로 원금 손실의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지만 제대로 된 안전장치도 없이 증권사를 통해 예치금을 관리 한다는 것은 의문이다.
열매컴퍼니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관련해 지적을 많이 받는데 증권신고서 제출을 통해 예금을 보호 하는게 아닌 투자자들이 판단을 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신고서에는 광고기준, 투자기금조성, 실물을 기반한 상품 작품들의 투명한 이동경로 등을 촘촘하게 넣어서 투자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작성했다"며 "업체들마다 진행하는 속도만 다를 뿐 당국에서 요구한 기준대로 만들어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에 없었던 형태인 만큼 적정 가치를 산출할 수 있는 최적의 모델 수립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투자자 보호와 관련된 적정 가치를 산출하는 증권신고서 작성 방안과 도산절연을 중점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