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시경제 악화에 연초 상승 동력을 잃은 암호화폐 시장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확대에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거시경제 영향권 아래 있지만, 단기적으로 규제 영향이 더욱 우세해진 모습이다.
지난 주말 SEC이 크라켄의 스테이킹 서비스를 중단시켜 논란이 된 가운데 이번 주에는 바이낸스USD(BUSD)가 '증권'으로 지목됐다. 뉴욕 금융 당국은 발행 기관인 '팍소스'에 BUSD 발행 중단을 명령한 상태다.
이 같은 규제 리스크에 시장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한 주 전 2만3000달러선을 찍었던 비트코인은 2만1620달러선까지 밀려났다. 전날 대비 0.13% 하락했다.
시가총액 3위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BUSD는 달러 연동이 깨져 0.9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바이낸스 거래량의 35%를 차지하는 BUSD가 타격을 입으면서 바이낸스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하루 만에 8억3100만 달러(한화 약 1조 564억원)의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자체 토큰 BNB도 하루 만에 9% 하락하며 290달러선을 하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전 9시 15분 기준 292.9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 시장, 다음 방향키 'CPI'에 주목
한편, 암호화폐 시장은 물가 방향을 나타내는 거시경제 지표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14일 저녁 10시 30분경 미국 올해 첫 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온다. 물가상승 움직임에 따라 시장 향방을 결정될 전망이다.
시장은 CPI에서 물가 둔화 신호를 찾고 있지만, 물가 둔화 추세가 뚜렷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은 1월 CPI 전망치를 6.2%로 보고 있다. 지난 12월 전년 동기 대비 기록인 6.5%와 비슷한 수준으로, 물가상승세가 꺽이기 시작한 10월 이래 가장 느린 둔화 속도라는 진단이다.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 CPI는 5.7%에서 5.5%로 상승폭을 줄였을 것으로 예상했다.
월별 기록은 개선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돈다. 12월 CPI는 전월 대비 0.1% 상승(수정치)했지만 1월에는 0.5%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근원 CPI는 0.4% 상승, 전월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인사들이 추가 긴축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연초 반등을 뒷받침했던 물가상승 둔화(disinflation)까지 불확실해지면 시장은 그만큼 자신감을 잃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웨이 양 비트마이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더블록 "단기적으로 규제 영향이 더 큰 상황"이라면서 "물가상승률이 6% 안팎이거나 그 이하로 내려가면 강세 신호로 인식돼 규제로 인한 매도세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