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금융권과 소통을 확대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자율규제에 적응 중인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적극 규제' 의사를 나타냈다.
금융 상황이 비정상적이고 불확실한 만큼 건전한 시장 조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당국이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월 16일 마포 프론트원에서 열린 가상자산 토론회에서 "올해 가상자산 시장 리스크 관리 및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다양한 업무를 계획하고 있다"며 적극 규제 의사를 드러냈다.
이번 토론회는 가상자산 시장과 전통적 금융시장의 상호연계성과 잠재 리스크 검토, 대응방안 논의를 위해 마련됐다.
그는 "작년 한 해 가상자산 시장에서 잇달아 발생한 사고들로 인해 건전한 시장 조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율체계 마련에 주력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같은 시장 규제 계획을 공유했다.
금감원장은 먼저 가상자산 회계기준을 정립해 충실한 회계정보 공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고객 자금 유용으로 파산한 FTX, 허위 유통량 공시로 상장폐지된 위메이드 등 시장 혼선을 빚은 문제에 대해 당국이 직접 안전망을 설치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금감원장은 "회계 유관기관과 함께 가상자산 발행과 보유와 관련한 주석공시 의무를 신설하고 모범사례를 배포하겠다"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충실한 회계정보 공시를 유도해 회계기준을 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장의 잠재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 확보'를 위해 관련 모니터링 툴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금감원장은 "가상자산 시장과 전통 금융시장 간 연관성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감독당국이 잠재 위험을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가상자산 시장 모니터링 툴을 개발해 잠재 리스크 측정 및 평가 역량을 제고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가상자산과 관련해 금융회사, 가상자산 업계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설문조사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 "자율규제는 규제 아냐"
이날 금융원장은 업계의 자정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업계 자율규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융 당국이 직접 리스크 요인의 선제적 파악 및 관리에 나서서 금융안정성 과제를 해결하는 등 규제 길잡이가 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다만, 궁극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실물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진흥'하는 쪽에 힘을 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금감원장은 "앞으로도 유관기관, 금융회사, 민간 전문가분들과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가상자산 시장이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 가상자산·금융시장 접점 커진다, 제도 마련 必
이날 가상자산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들과 이같은 규제 기조와 방향을 같이 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이나 CBDC가 은행예금을 대체하면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시장 간 위험전이 가능성을 최소할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김부곤 금융감독원 디지털금융혁신국장은 "최근 두 시장 간 직·간접적인 연결고리가 발생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향후 감독당국 및 학계 등의 관련 연구 및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기업 쟁글의 김준우 대표는 "아직까지 모니터링 툴이 부재하여 정보비대칭 문제가 심각하고 이로 인한 투자자 피해 우려도 있다"면서 "건전한 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규제와 함께 온체인 정보를 활용할 수 잇는 모니터링 툴 발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