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토큰(NFT)과 암호화폐 사용을 제한하고 최대 30%의 결제 수수료를 부과해 논란이 됐던 애플의 인앱 결제 정책이 유럽 디지털시장법 시행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내년 유럽연합(EU) 지역에서 자사 '앱스토어'가 아닌 외부 '앱 마켓'을 통한 앱 배포 및 설치를 허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유럽연합(EU)이 2024년부터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함에 따라 애플의 정책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DMA는 운영체제,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을 통한 시장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법으로, 애플이 독점해온 부문에 대한 전면 '개방'을 요구할 전망이다.
DMA는 위반 기업에 전 세계 총 매출액의 최대 10%, 반복 위반 시 최대 20%의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한다.
DMA가 시행되면 애플은 공식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 마켓에서 앱를 다운로드하는 '사이드로딩'을 허용해야 한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자체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대신, 앱이 자체 결제 방안을 이용하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외부 마켓을 통해 아이폰·아이패드 등 iOS 기기에 손쉽게 앱을 설치할 수 있게 되면 애플의 엄격한 정책과 과도한 결제 수수료를 피할 수 있다. 인앱 NFT와 암호화폐 활용도 더욱 수월해질 전망이다.
애플은 내년 가을로 예상되는 iOS 17 업데이트 시기에 맞춰 해당 정책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관계자는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자들은 이미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정책 변경은 DMA가 시행되는 유럽연합 시장에만 적용된다. 블룸버그는 "다른 국가에서 유사 법안이 마련된다면 이같은 변경 정책이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앱스토어 생태계뿐 아니라 결제와 메신저에 대한 개방을 요구받고 있다. 근거리무선통신(NFC) 등을 외부 개발자에 공개해, 아이폰에서 자사 월렛,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뿐 아니라 타사 결제 서비스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기존에 막혀 있는 다른 메신저와의 통신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앞서, 애플은 패쇄적인 생태계 운영과 앱 매출 30%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과도한 정책으로 암호화폐 업계의 반발을 샀다.
10월에는 개발자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해 NFT를 사용한 인앱 기능과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기도 했다.
NFT 구매 시 30% 수수료 정책이 적용되면서 오픈씨, 매직에덴 등 마켓플레이스조차 상품에 대한 '조회' 기능만 허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코인베이스도 모바일 월렛 앱을 통한 NFT 거래 지원을 중단했다.
이에 메타마스크 공동 창립자이자 애플 출신인 댄 핀레이는 "애플의 수수료 정책은 산업 독점"이라면서 "애플 생태계를 버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불만은 암호화폐 업계로 한정되지 않는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CEO도 애플 정책을 비난했으며, 이를 반영하듯 iOS 이용자에만 유료 구독 서비스 '트위터 블루'의 이용료를 3달러 추가 부과를 결정했다.
에픽게임즈는 외부 결제 모델을 추가한 자사의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를 차단한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DMA 소식에 대해 팀 스위니 에픽 게임즈 CEO는 "미국에서도 애플에 생태계 개방을 강제하는 유사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