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위메이드가 개발한 가상화폐 위믹스(WEMIX)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DAXA(이하 닥사)' 산하 국내 4대 거래소인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으로부터 거래 지원 종료(상장폐지)된 가운데 업비트와 닥사를 중심으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수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닥사는 지난달 24일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위믹스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닥사는 위메이드가 낸 유통량 계획과 실제 유통량이 달랐고 이러한 사실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닥사는 지난 10월27일 위믹스가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후 약 한달 동안 총 16차례의 소명 절차를 거쳤지만 제출한 자료에서도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다만 그 오류의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
위메이드는 닥사의 결정에 크게 반발했다. 닥사는 상장폐지의 기준을 제시한 바 없고, 실제로 거래소에 매매가 이뤄지는 코인들 중에는 유통계획조차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이에 위믹스 상장 폐지를 둘러싼 위메이드와 가상자산 거래소 간 갈등은 법적 공방으로 넘어갔다.
위메이드는 지난달 28일과 29일 양일에 걸쳐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을 상대로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양측이 지난 2일 가처분 첫 심문에서 팽팽하게 대립한 가운데 재판부는 오는 7일 저녁까지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효력정지 가처분 판결의 쟁점은 상장폐지를 결정할 자격이 있는지, 상장폐지 사유가 타당한지 등이다.
재판부가 종료일 이전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위믹스 거래는 재개된다. 다만 예정일 이후에도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인용되지 않을 경우 국내 거래소에서 위믹스 거래는 종료된다. 위믹스가 해외 거래소에도 일부 상장돼 있지만 전체 거래량의 95%가 국내 거래소에서 이뤄진 만큼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닥사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진행된 소명절차에서 위믹스 측은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며 "결국 거래지원을 종료하는 것이 시장 신뢰와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타당하다는 각 회원사의 일치된 결론에 따라 이번 결정이 이루어졌다"고 알렸다.
업비트 역시 지난 위메이드가 업비트에 보낸 메일 중 일부를 공개하며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해당 메일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기존 유통량 계획표에 대한 별도의 수정 공시 및 귀사에 대한 고지 없이 유통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초과된 7245만 4705개의 위믹스 토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담보 물량의 경우에도 "담보로 잡혀 고정(lock)된 물량이므로 유통량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업비트 관계자는 "위메이드 직원이 실수로 유통량을 허위 공시한 것도 문제지만, 유통량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틀린 자료를 제출했다면 더 큰 문제다"고 성토했다.
그는 "위메이드는 최종 소명자료가 제출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소명 내용을 수정했다"며 "위메이드는 투자 판단요소로서 가장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는 유통량 문제에 대해 소홀했으며, 투자자 보호를 등한시함에 따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석우 업비트 대표가 소셜미디어에 위믹스 상장폐지를 "사필귀정"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업비트 관계자는 "그동안 지난한 논의 과정을 거치며 결과적으로 이런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한 소회를 거론한 것이지, 어떤 이해관계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만약 4대 거래소가 자신들의 이익 추구를 우선으로 했다면, 거래수수료 등의 수익을 위해서라도 거래지원 종료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하지만 심각한 문제를 발견하고도 이를 눈 감고 넘어가는 것은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훼손하고 투자자 보호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정보 유출과 관련한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수사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 위믹스 투자자들은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위믹스피해자협의체'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DAXA 결정을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다. 협의체는 "이번 위믹스 상폐 결정은 닥사에게 주어진 자율규제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며 "위믹스는 규칙이 전무한 코인 시장에서 직접 유통량과 금액을 공시하며 투명성 강화를 위해 힘쓰던 코인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