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암호화폐 시장을 자본시장과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산업이 증권법을 통해 규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23일 외신에 따르면,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기술이 다르다는 이유로 암호화폐 시장을 자본시장과 다르게 취급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겐슬러는 1966년 도입된 '미국 교통 및 자동차 안전법'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동차 안전법은 업계의 표준으로 남아있다"며 "자동차 기술의 눈부신 혁신과 상관없이 운전자와 승객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공황 당시 만들어진 연방 증권법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자동차 소비자가 보호받듯, 암호화폐 투자자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겐슬러는 특히 최근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의 연이은 파산 사태가 증권법을 준수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이후 다수의 암호화폐 기업들은 유동성 위기를 맞이했다. 셀시우스를 시작으로 쓰리애로우캐피탈(3AC), 블록파이, 보이저디지털, 바빌파이낸스, 볼드, 호들넛 등 많은 회사들이 입출금을 중단하거나 파산을 신청했다.
겐슬러는 "최근의 시장 상황은 암호화폐 회사가 증권법을 준수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줬다"며 "자금이 동결된 투자자들은 결국 법원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호화폐 산업은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SEC는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블록파이(BlockFi)와 합의를 이룬 바 있다. 블록파이는 1억 달러(약 1200억원)의 벌금을 내는 대신 자사의 상품을 SEC에 정식 등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겐슬러는 "암호화폐 산업 종사자가 SEC와 함께 소통할 것을 권장한다"며 "플랫폼이 증권법을 준수한다면 투자자와 암호화폐 시장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