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중심의 새로운 미디어가 참신한 방식으로 콘텐츠에 생기를 더하면서 대중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오랜 전통 위에 안정적으로 서 있던 출판·언론업계는 이같은 변화 속에 독자 관심과 신뢰를 잃고 한 걸음 물러난 모습이다.
이용자 권한과 입지를 강화하는 새로운 웹3 시대로 또 다른 전환이 시작되는 가운데, 출판·언론업계는 도약 기회를 잡기 위해 웹3 기술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사업 모델을 혁신하고, 새로운 세대의 독자층을 끌어들여 업계 활기를 되찾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NFT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의 장점을 손쉽게 접목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개인과 기업의 주목을 받았다. 출판·언론업계도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사업에 블록체인과 NFT을 녹여낼 방안을 찾고 있다.
이달 1일 교과서 출판계의 최대 기업인 피어슨이 오랫동안 수익 구멍이었던 도서의 2차 유통을 NFT를 통해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타임피스 이미지 / 공식 사이트
더욱 화제가 된 언론 NFT 활용 사례는 설립 100주년을 향하는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지에서 나왔다. 지난해 3월 NFT 프로젝트 '타임피스'를 시작해, 타임지 온라인 콘텐츠 구독권과 행사 초대 특전 등을 제공하는 NFT 3만개를 배포했다.
NFT를 새로운 구독 모델 형태로 제시한 타임지 외에도 AP통신, 뉴욕타임스 등 전통 언론사들이 지난해 자체 NFT 컬렉션을 출시한 바 있다.
◇NFT 통해 독자층은 '커뮤니티'로 발전한다
케이스 그로스먼 타임지 대표는 NFT를 새로운 수익원이자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열쇠라고 보고 있다. 그는 타임지의 NFT 실험이 "웹3 기술을 통해 출판·언론업계가 새로운 독자 참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지 NFT를 보유한 월렛은 1만5000개, 이중 타임지 사이트와 연결돼 개인정보 제공 없이 콘텐츠를 구독 중인 월렛은 7000개다. 타임지 NFT 커뮤니티는 5만명, 참여 아티스트는 89명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타임지 대표는 "NFT가 독자를 온라인 임차인에서 온라인 '소유자'가 되게 해준다"고 말했다. 콘텐츠와 개인정보 모두 플랫폼의 손에서 개인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한 강화를 통해 주체성과 자율성을 갖게 된 독자들은 '자발성'을 갖게 되고, 주도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활발하고 생산적인 커뮤니티로 성장하고 있다.
타임지 대표는 "NFT의 강점은 짧은 시간 콘텐츠에 머무는 '독자'를 가치를 공유하며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커뮤니티'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서 "커뮤니티는 불안정한 출판·언론업계에 '안정성'을 주는 장기적인 강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NFT 통해 산업은 젊어진다
점점 더 많은 브랜들들이 고객과의 관계를 깊게, 넓게 해주는 NFT를 채택하고 있다. 300년 역사를 자랑하며, 전세계 60여 개 국가 우편기관을 지원하는 네덜란드 인쇄업체 '로얄 조 엔스헤데(Royal Joh Enschede)'는 NFT를 백년대계로 보고 있다.
CEO인 겔머 리브란트는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전통적인 우표 산업과 관련 수집 산업이 NFT를 통해 전 세계의 젊은 수집가에 어필하는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리브란트는 NFT가 디지털 우표와 수집 활동을 지원할 뿐 아니라 실물 제품에 대한 '디지털 트윈'으로 추가적인 보안과 인증까지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특수 인쇄 기술로 증강현실, 메타버스 지원도 가능하다"면서, 향후 100년 사업이 웹3 기술에 달려있다고 기대를 전했다.
◇NFT는 디지털 시대의 '신뢰' 문제를 해결한다
등록된 정보의 불변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블록체인은 '신뢰' 회복을 위한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유통하는 디지털 시대에 '가짜 뉴스'라는 큰 과제를 받은 언론 산업은 이러한 기술 솔루션을 통해 정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탈중앙화 뉴스 플랫폼 '바이와이어'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잘못된 뉴스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를 식별하고 있다. AI 기술은 기사 발행 직전 몇 초 사이에 기사를 읽어내 콘텐츠의 신뢰도를 판정하고, 그 결과와 근거를 제시한다. 콘텐츠를 읽는 독자에게는 이오스(EOS)가 보상으로 지급된다.
국내에서는 테크 미디어 기업 퍼블리시(PUBLISH)가 언론계 블록체인 활용 방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통한 뉴스 공증 시스템을 운영해 독자는 신뢰를 얻고, 기자와 언론사는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블록체인 기반 분산신원증명(DID) 솔루션이자 월렛인 '퍼블리시아이디'를 출시, 독자 권한과 편의성을 한층 강화했다. 독자는 단일 아이디로 여러 매체에 손쉽게 로그인하고 언론사에서 받은 암호화폐를 간편하게 보관·관리할 수 있다.
국보 제70호, 유네스코세계기록문화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시작으로 NFT 영역에도 출사표를 던진 퍼블리시는 지난 3일에는 NFT 발행 웹서비스 '퍼블리시민트(PUBLISHmint)'를 출시해, 콘텐츠 창작자에게 NFT 제작, 등록 등 일체의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퍼블리시는 기사를 읽고 공유하는 독자에게 암호화폐 보상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이는 블록체인 토큰 보상을 통해 언론사와 독자 관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리드앤드언(R&E) 서비스 퍼블리시링크(PUBLISHlink)로 결실을 맺었다.
독자가 받은 보상으로 언론사 및 기자를 직접 후원할 수 있는 언론계의 자생적인 생태계 조성 방안도 더했다. 최근에는 언론사가 자체 기사를 NFT로 발행할 수 있는 퍼블리시링크 NFT 위젯 기능도 추가했다.
퍼블리시링크를 통해 독자에게 제공되는 NEWS토큰은 5대 원화마켓 거래소인 고팍스(GOPAX)와 캐셔레스트 두 곳에서 거래할 수 있다. 현재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퍼블리시 솔루션 채택과 확산의 최전선에는 연합체 '퍼블리시얼라이언스'가 있다. 현재 국내외 58개 언론사들이 참여하며 블록체인 미디어의 시대를 빠르게 열어가고 있다.
◇남은 과제는?...기술 녹아든 더 나은 '경험' 만들기
이처럼 블록체인과 NFT는 출판·언론업계가 새로운 독자에 다가가고 교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한편, 업계는 블록체인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실험해보는 단계에서 NFT와 웹3 기술이 일상이 되는 미래 사이에 와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 대중이 실감할 수 있는 경험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기까지 지속적인 기술 논의와 발전, 적극적인 채택과 실험이 요구된다.
케이스 그로스먼 타임지 대표는 기술이 웹3 논의의 중심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업계가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술이 아니라 제공되는 경험을 통해 출판·언론계와 독자가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타임지 대표는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에 대해 '주머니에 1000곡을 담을 수 있다'고 설명한 것과 같은 순간이 웹3 부문에도 도래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기업과 개인에게 블록체인, NFT 같은 신기술의 가치를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