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풀의 탈중앙화는 필연적인가?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
2024.10.04 11:07:08
TL;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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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금융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거래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쳐 일반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줄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거래 체결 전까지 정보를 비공개로 유지하는 '다크풀'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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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풀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으나, 운영자의 정보 유출과 악용으로 신뢰도가 하락했다. 이에 일부 국가들은 다크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다크풀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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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체인 다크풀은 거래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면서도 중앙 기관의 개입이 없어 전통 금융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한다. 더불어 프라이빗 트랜잭션에 대한 수요 증가로 온체인 다크풀 시장의 성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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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최근 전통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술 발달과 다양한 시장 요인에 기인하며, 특히 기관투자자들의 대규모 거래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으로 블록 딜(Block Deal)과 초단타매매(High Frequency Trading, HFT) 기술의 발전이 시장 변동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높은 변동성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관 투자자들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대규모 주식 거래를 수행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 결과로 비공개주문대체거래소, 일명 '다크풀(Dark Pool)'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다크풀은 일반 거래소와 달리 '비공개 거래 방식'을 채택하며, 세 가지 주요 특징을 가진다. 첫 번째로 거래가 체결되기 전까지 주문 가격, 수량 등 거래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두 번째, 주로 대규모 주문을 처리하며 일부 플랫폼의 경우 최소 주문 금액을 두어 제한한다. 세 번째, 독특한 거래 체결 방식을 사용하는데, 대형 주문을 일괄 처리하는 고유의 매칭 방식과 시장 스프레드의 중간 가격(미드포인트)에 거래를 체결하는 방식 등이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다크풀은 투자자들이 전략적 정보를 경쟁자에게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유리한 가격에 대규모 거래를 실행할 수 있게 하며, 동시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다.
Source: Nasdaq
다크풀은 주로 미국, 유럽 등 금융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미국에서는 과거 전체 거래량의 약 15%를 차지했으며, 일일 평균 거래량의 40%를 기록한 적도 있다. 현재 미국 내 50개 이상의 다크풀이 SEC에 등록되어 있어 시장의 성장세를 보여준다. 유럽에서는 2007년 MiFID(Markets in Financial Instruments Directive) 규제 시행 이후 다크풀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데, 2010년을 기점으로 홍콩과 싱가포르가 다크풀을 도입했으며, 일본과 한국도 각국의 규제 체계 내에서 다크풀 시스템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일본 내 다크풀 거래 비중, Source: JPX
다크풀은 전통적으로 기관 투자자의 대량 매매를 위해 설계되었으나, 최근에는 소규모 거래의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FINRA(금융산업규제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상위 5개 다크풀의 평균 거래 규모가 단 187주에 불과하다. 이러한 변화는 두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첫째, 다크풀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개인 투자자를 위한 플랫폼도 등장해 거래 다양성이 확대되었다. 둘째, 기관들이 시장 충격을 더욱 완화하기 위해 대량 거래를 소규모로 분할해 진행하는 경향이 강화되었다. 이로 인해 다크풀 내 거래 규모의 양상이 변화한 것으로 판단된다.
2. 전통 금융 시장의 ‘다크풀’이 마주한 도전 과제들
다크풀은 거래 체결 전까지 대규모 거래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고 투자자의 거래 비용과 리스크를 감소 시킨다는 분명한 이점을 지닌다. 하지만 다크풀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 역시 공존한다. 이에 다크풀을 채택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채택하는 국가들도 존재하는데, 이는 주로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다크풀은 비용 효율적인 대규모 거래를 위해 투명성을 일부 포기한다. 공개 시장에서는 거래가 체결되기 전까지 다크풀 내에서 발생하는 거래들의 정보를 알 수 없다. 이러한 불투명성으로 인해 다크풀은 감시 및 모니터링이 어려워 금융 시장에 일부 불건전한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두 번째로, 다크풀에 많은 유동성이 집중되면 반대로 공개 시장의 유동성이 낮아지며 리테일 투자자들의 거래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 전체 거래 시장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세 번째로 거래 정보의 비공개 원칙에도 불구하고 다크풀 운영자의 고의적인 정보 유출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크풀 운영자들의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사례가 다수 존재하며, 다크풀 거래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3. 온체인 다크풀의 개화: 블록체인과 다크풀의 필연적 관계
일각에서는 탈중앙화 금융 시스템이 전통 금융시장의 다크풀의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크풀 메커니즘은 운영자가 고객의 정보를 악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이는 거래 정보의 비공개가 중요한 다크풀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다크풀 시장에서 운영자들이 대가를 받고 고객의 정보를 유출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단편적인 예시를 들어보자. ‘블랙타이거’라는 다크풀과 ‘타이거’라는 주식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A라는 대형기관이 B기관으로부터 타이거 주식을 500만 주 매수하려고 할 때, 블랙타이거 운영진은 이 정보를 특정 투자자 C에게 대가를 받고 유출한다. 다크풀 내 거래는 공개 거래소와는 달리 거래 체결까지의 시간이 다소 소요되기 때문에, 투자자 C는 타이거의 주가가 하락하기를 기다렸다가 대량으로 매수한다. 이후 다크풀 내에서 일어난 거래가 시장에 공개되고 난 뒤 주가가 상승하면, 투자자 C는 가지고 있던 타이거 주식을 대량 매도하며 초단기 이익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중앙화된 전통 금융 시장에서의 다크풀은 이미 신뢰를 잃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중앙화된 다크풀 시스템 아래에서 운영자들이 정보 불균형을 활용하여 얻게 되는 이득이 벌금과 같은 리스크를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다크풀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은 규제를 고도화함으로써 해결하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크풀 운영진에 대한 불신은 지속되고 있다.
4. 온체인 다크풀은 어떻게 구현되는가?
Source: Delphi Digital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금융 시스템에서는 다크풀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플랫폼들이 이미 존재한다. 유니스왑(Uniswap)과 같이 토큰을 거래할 수 있는 탈중앙화거래소(DEX)들은 거래자들의 익명성을 일부 보장한다. 이들은 자동화 시장 메이커(Automated Market Maker)을 기반으로 토큰 거래 주문을 매칭하고 있으며, 거래 당사자들의 신원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탈중앙화거래소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하기 때문에 중개자나 중앙 집중식 제어가 필요하지 않아 전통 금융 시장의 다크풀에서 일어나던 운영자 신뢰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게 된다.
Source: Renegade
다만, 블록체인의 투명성 때문에 DEX들이 완전한 다크풀의 형태를 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정 기관 혹은 많은 자산을 보유한 트레이더들의 지갑주소는 라벨링되어 쉽게 추적당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에서 일어나는 거래들은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익스플로러(Explorer), 트래커(Tracker) 등과 같은 서비스들은 체결된 거래 정보뿐만 아니라 아직 처리되지 않은 거래에 대한 정보까지 함께 제공한다. 이에 트레이더들과 거래 플랫폼들은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활용하여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 이는 시장 불안정성 증대와 거래 복사, MEV(Maximal Extractable Value) 공격으로 이어져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환경을 초래한다.
이에 온체인 다크풀은 거래와 관련된 정보를 보호하고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DEX에 영지식 증명(ZKP), 다자간 연산(MPC), 완전동형암호(FHE)와 같은 기술을 접목하여 비공개 거래 메커니즘을 구현한다. 영지식 증명은 거래 당사자들이 입력값을 알지 못 해도 거래의 유효성을 증명할 수 있게 해주어 거래의 기밀성을 유지한다. 즉, 거래 당사자가 거래하기에 충분한 토큰 잔액이 있는지 공개하지 않아도 그 유효성을 증명할 수 있게 된다.
Source: Renegade
대표적인 온체인 다크풀 중 하나인 레니게이드(Renegade)는 다자간 연산을 활용해 주문 매칭 시스템을 구현하고 영지식증명 기술을 통해 매칭된 거래를 체결시킨다. 이를 통해 거래 체결 전까지 주문 내용이나 잔액 정보를 전혀 파악할 수 없으며, 거래 이후에도 어떤 토큰이 교환되었는지만 알 수 있다. 또한 스마트 컨트랙트는 영지식 증명만 확인하기 때문에 블록 생성자와 시퀀서의 악의적 행동 역시 최소화 할 수 있다. 이외에도 Panther와 같은 프로토콜들은 영지식증명과 같은 암호화 기술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온체인에서 비공개 거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Source: ETH Online 2024
한편, 유니스왑, 커브와 같은 AMM 기반 DEX는 멤풀(Mempool)을 모니터링하던 누군가가 트랜잭션을 복사하여 가스비만 더 높게 제출한 뒤 기회를 가로채는 프론트러닝의 타겟이 되며, 이후 거래 당사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를 체결하게 되면 즉시 반대 주문을 넣어 시세 차익을 얻는 백러닝 공격에도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올해 개최된 ETH Online에서 수상한 온체인 다크풀 프로젝트 후가지(Fugazi)는 AMM 기반 거래 시스템에서의 MEV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일괄 거래 처리와 노이즈 오더(Noise Order) 방식을 활용했다. 즉, 사용자의 거래 요청 이후 프로토콜은 임의로 주문한 거래를 사용자의 거래와 함께 다수의 트랜잭션을 묶어 배치한 뒤 완전동형암호화 기술을 통해 암호화한다. 이를 통해 제3자(중재자)는 노이즈가 껴있는 풀의 가격의 정보밖에 얻을 수 없어 프론트러닝을 할 수 없게 된다. 많은 온체인 다크풀이 슬리피지 감소를 위해 P2P 방식을 채택하는 반면, 유동성 확보를 위해 AMM 방식을 채택하되 MEV 공격으로 인한 거래 대상자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시도는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5. 온체인 다크풀이 가진 딜레마: 투명성
다크풀 시스템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핵심인 투명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은 과거부터 블록체인 트릴레마(확장성, 탈중앙화, 보안성)와 같은 문제에 직면하며 성장해오고 있는 산업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온체인 다크풀에 제기되는 투명성 문제 역시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와 연구를 통해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로 바라볼 수 있다.
Source: vitalik buterin’s blog
어쩌면 블록체인에서 투명성과 보안성은 부분적으로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온체인 다크풀 역시 블록체인의 투명성에서 오는 보안 문제와 시장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등장한 시스템이다. 또한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 역시 지갑과 ENS로 부터 알 수 있는 공개 정보들로 인해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스텔스 지갑 주소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의 보안성을 위해 일부 타협해야 하는 지점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6. 온체인 다크풀의 전망
Source: blocknative
온체인 다크풀의 성장 가능성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최근 이더리움 내 프라이빗 트랜잭션 비율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에만 해도 4.5%에 불과했던 이더리움의 프라이빗 트랜잭션은 지난달 이더리움 전체 가스비의 50%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는 트레이딩에 영향을 주는 봇(bot)들을 회피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사용자들은 프라이빗 트랜잭션을 위해 프라이빗 멤풀을 활용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소수의 운영진을 신뢰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는 블록 생성자가 트랜잭션 내용을 모니터링하여 악용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투명하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거래 내용을 확실하게 감출 수 있는 ‘온체인 다크풀’ 시장이 앞으로도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7. 온체인 다크풀은 금융 시장에 새로운 국면을 제시할 수 있을까
전통 금융 시장에서의 다크풀은 자금세탁, 해킹, 정보 유출과 같은 악용 사례로 신뢰를 잃고 있다. 이로 인해 다크풀을 일찍이 채택하여 높은 사용률을 보이던 미국과 유럽은 다크풀 시장의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비공개 거래가 가능한 조건을 별도로 명시하였다. 또한, 소극적으로 다크풀을 사용하던 홍콩은 다크풀 거래에 소매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없도록 대상을 축소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검열 저항성과 보안성을 가진 온체인 다크풀의 등장은 금융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온체인 다크풀의 채택이 가속화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를 지속적으로 살펴 보아야 한다. 첫 째, 온체인 다크풀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스마트 컨트랙트를 기반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운영하는 주체와 플랫폼이 충분히 안정적이고 신뢰할만한 곳인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둘 째, 온체인 다크풀은 전통 금융 시장의 다크풀과는 달리 명확한 규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한 규제 검토 후 거래에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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