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상징적인 건축물 중 하나인 '미래 박물관(Museum of the Future)'이 새로운 방식의 전시 기획을 전 세계에 선보이고 있다. 박물관의 창의 총괄 디렉터 브렌던 맥게트릭(Brendan McGetrick)은 최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SXSW 2025에서 박물관의 비전을 소개하며, 미래를 체험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이 전시는 중동의 미래주의와 서구의 기술문화를 아우르는 통합적 시각을 통해 관객에게 ‘미래를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공간’으로 박물관의 정체성을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물관은 2022년 개관 이후 연간 130만 명 이상이 찾는 명소로 자리잡았으며, 관람객 중 30%는 전통적인 박물관을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는 이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맥게트릭은 “기존 박물관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기술 그 자체보다는 이야기 전달과 감각적 몰입을 핵심으로 삼았다”며, 미래 박물관이 단순한 관람에서 벗어나 집단적·신체적 체험을 촉진하는 공간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 박물관은 2071년의 미래로 관람객을 초대하는 공간이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 우주 탐사, 생명과학 등 인류가 직면한 복합 위기를 중심으로 미래 기술이 어떻게 긍정적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전시 주제로 삼고 있다. 인공지능(AI), 합성생물학, 지속가능한 에너지 같은 미래 핵심 기술은 이곳에서 이야기의 일부로 녹아 들어가며, 기술이 아닌 ‘가치’가 중심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박물관 내부 전시는 영화 세트 디자인이나 무대 장치 기법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들로 구성돼 있으며, 향기·조명·소리 등 오감을 자극하는 연출이 현장 체류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게임의 원리를 적용한 어린이 체험관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화면 중심의 게임이 아닌 신체를 활용한 상호작용 방식으로 구성돼, 아이들이 아바타를 선택하고, 협동과 창의력을 활용해 미래 기술과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체험한다. 이는 어린이 관람객이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을 놀이로 익힐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박물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교육 및 참여 중심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맥게트릭은 “현재의 도전과제가 반드시 암울한 미래로 향할 필요는 없다”며, 미래 박물관은 경고가 아닌 ***가능성***을 시사하는 전시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그는 “관람객에게 변화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각자의 삶 속에서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박물관은 정체된 전시 대신 모든 전시 공간을 주기적으로 재설계하며 변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초기 운영 3년 동안 수집된 방대한 관람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향후 더욱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전시 형태로 발전할 예정이다. SXSW를 통해 세계 무대에 처음 공개된 이번 이동 전시는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박물관의 세계관을 확산시킬 수 있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브렌던 맥게트릭은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미래를 ***신중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며, 미래 박물관이 담아내는 것은 ‘기술’ 그 자체보다 ‘관점의 다양성’이라는 철학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관람에서 끝나는 박물관의 기능을 뛰어넘어,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과 세대를 아우르는 미래 대화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야심을 드러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