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게이머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새로운 시도가 현실화됐다. 게임 업계 베테랑들이 주도한 플랫폼 클린플레이(CleanPlay)가 플레이스테이션5(PS5)에서 공식 출시되면서, 게임 환경 속에서 재생에너지 투자 참여를 유도하는 색다른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클린플레이는 게임 콘솔에서 소비되는 전력을 추적해 그만큼의 전력을 *신뢰성 있는 재생에너지 인증서(REC)*를 통해 상쇄하는 구독형 서비스다. 월 1.99달러(약 2,800원)라는 저렴한 구독료로 친환경 프로젝트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이용자들은 게임 내 경품도 함께 받을 수 있다. 현재 클린플레이는 테이크투인터랙티브의 자회사 2K와 손잡고 PGA TOUR 2K와 탑스핀 2K25에서 독점 콘텐츠와 경험치 증가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전 일렉트로닉 아츠(EA) 최고 창의책임자였던 리차드 힐레만(Rich Hilleman)과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창업자인 데이비드 헬가손(David Helgason)이 함께 설립한 클린플레이는 ‘브로콜리’처럼 억지로 건강을 강조하기보단 ‘아이스크림’처럼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친환경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철학을 내세운다. 힐레만은 “우리는 설교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탄소 감축 메시지를 재밌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클린플레이는 사용자가 미국 내 다양한 태양광, 풍력, 지열 기반 프로젝트들 중 지지 프로젝트를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했고, 이를 통해 실제 재생에너지 수요를 유도하고 전력망의 현대화에도 기여한다는 전략이다. 헬가손은 “에너지는 게임 산업의 핵심 인프라다. 클린플레이는 게임을 즐기면서도 실질적인 그리드 안정화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임 콘솔 사용자는 게임 산업 온실가스 배출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 사용 비중이 큰 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클린플레이는 다소 난해한 재생에너지 인증 시장을 일반 소비자 레벨에서 접근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새로운 ‘소비자 집단 구매 플랫폼’으로서 가능성도 열었다. 힐레만은 풍력발전소 운영 중단 사례를 들며 “지금은 게임 커뮤니티가 이런 전력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향후 클린플레이는 가상 전력 구매계약(VPPA) 방식 등으로 확장해 실질적인 재생에너지 개발 자금 조달 채널로 진화할 계획이다. 또한 가상발전소(VPP) 개념을 접목해 게임 커뮤니티 자체가 하나의 대규모 전력 수요 그룹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장기 로드맵도 제시하고 있다.
클린플레이는 연간 구독 시 처음 두 달을 무료로 제공하며, 연간 요금은 19.99달러(약 2만 8,800원)다. 구독자들에게는 각종 게임 내 혜택 외에도 콘텐츠 제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한 독점 경험 기회도 주어진다.
2K의 제품 전략 담당 아비 샤(Abhi Shah)는 “플레이어가 좋아하는 세계 안에서 친환경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돼 기쁘다”며 기술과 지속가능성을 접목한 새로운 경험을 강조했다.
현재 클린플레이는 소규모 인력으로 운영되며, 마리나 파사로스(Marina Psaros)와 라이언 캐머런(Ryan Cameron) 등 에너지 혁신 전문가들이 프로젝트 선정에 참여하고 있다. 힐레만에 따르면 “초기 피드백은 기대 이상”이며, 3,600회의 SNS 노출로 1,000회 이상의 앱 다운로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PS5 생태계의 영향력도 확인했다.
힐레만은 “게임 산업은 이제 역사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단단한 실천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이라며 커뮤니티 주도의 변화 가능성을 강조했다. 파사로스 또한 “지금은 단순한 정부 주도 펀딩이 아닌, 실질적인 대중 움직임이 변화의 중심이 되는 시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