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테크 창업자들에게 있어 개발도상국의 신재생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친환경 움직임을 넘어, 막대한 산업적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태양광 자원이 풍부한 칠레와 나미비아, 그리고 수소 산업에 대한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인 케냐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을 유치하는 데 유리한 지리적·기후적 조건을 갖춘 국가들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실제 산업화에는 ‘높은 에너지 비용’이라는 중대한 장벽이 존재한다.
칠레와 나미비아는 풍부한 태양광 및 전이금속 자원을 기반으로, 수소 수출 및 탄소 포집, e-연료 생산 등 차세대 산업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구식 전력망과 미비한 송전 인프라 탓에 에너지를 전력 수요처까지 실어 나르는 비용이 빠르게 치솟으며 초기 산업 모델에 타격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을 예로 들면, 발전단가가 33%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노후 전력망의 보수비용으로 인해 송배전 비용이 65%나 증가했다고 분석된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리드 현대화가 핵심이다. 칠레는 송전 인프라 업그레이드만으로 전기요금을 약 12% 줄일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으며, 나미비아도 세계은행으로부터 인프라 투자를 유치해 재생에너지 통합을 추진 중이다. 이는 스타트업들에게도 거대한 시장 기회를 의미한다. 특히 ▲AI기반 그리드 디지털화 기술 ▲전선 교체 등 그리드 강화 기술 ▲비용 효율적 산업 이전 전략 ▲현장형 대규모 발전 설비 ▲분산형 에너지 솔루션은 그 잠재력이 매우 크다.
현장형(Behind-the-Meter) 솔루션의 경우, 구글이 데이터센터와 신재생에너지를 함께 조성하는 데 280억 달러(약 40조3,200억 원)를 투자한 바 있는 것처럼, 이러한 경험을 지닌 기술기업들은 칠레와 나미비아 같은 태양광 최적지에서 매우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또 미국 등 선진국에서 규제에 막히거나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 확장이 어려운 창업 기업들도, 시장 성숙도가 낮은 개발도상국에서는 경쟁 없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트럼프 대통령 아래에서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도 역설적으로 이들 개발도상국 진출 움직임을 재촉하고 있다. 전력 수급 불안정과 장기간 접속 대기 등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저렴한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스타트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궁극적으로는 현재 높은 전력 전달 비용의 문제도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높고,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역시 지속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의 전력 단가는 현재 대비 55%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의 글로벌 입지 재편을 예고하는 수치다. 이 모든 틈새를 포착하는 이들이야말로 다음 세대의 산업 중심지를 개척하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