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CHIPS법(반도체와 과학법)’ 보조금 집행 방식에 새로운 조건을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 상무장관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수혜를 원하는 기업들에게 자국 내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미달하는 기업에 대해 지원을 보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루트닉 장관은 이들 기업이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의 모델을 따르길 기대하고 있다. TSMC는 기존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인 650억 달러(약 94조 9,000억 원)에 1,000억 달러(약 146조 원)를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루트닉은 이 같은 확장형 투자를 CHIPS법 자금 집행의 기준선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부는 공식 논평을 거부했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반도체 자립도를 높이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특히 보조금 규모를 확대하지 않으면서도 업계로부터 유의미한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 또한 CHIPS법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 법안이 '너무 형편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해온 인물이다. 지난 3월 31일에는 연방 상무부 산하에 ‘미국투자촉진처(United States Investment Accelerator)’를 신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기구는 10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 이상의 국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담 조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이전 행정부보다 더 나은 반도체 투자 협상을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공급망 경쟁이 글로벌 핵심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방향은 시장 참여 기업뿐 아니라 강력한 기술동맹을 맺고 있는 국가들에도 주목받고 있다. 루트닉의 고강도 투자 확대 요구와 트럼프 대통령의 반CHIPS법 행보는 향후 반도체 산업의 투자 흐름과 정책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